소환 땐 “죽을 죄” 말했지만 재판 내내 무죄 주장하며 다퉈
지난해 말 정국을 뒤흔든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 최순실(61)씨는 여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나온 것은 23일 ‘이대 학사비리’ 사건이 처음이다. 최씨가 지난해 10월 31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수사가 본격화한 이래 235일 만이다.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씨를 둘러싼 의혹은 지난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수면에 떠올랐다. 일부 언론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등 특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JTBC가 지난해 10월 24일 청와대 기밀이 담긴 태블릿 PC를 공개하면서 파문은 커졌다. 최씨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태블릿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말씀 자료’를 비롯한 문서들이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최씨의 국정 개입설은 힘을 얻었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외국에 머물던 최씨는 10월 30일 귀국했고, 이튿날 검찰에 출석했다. 최씨는 조사를 받던 중 긴급체포되고 이후 구속영장까지 발부되면서 계속 구치소와 검찰·특검 조사실, 법정만 오가는 몸이 됐다.
이후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수사 끝에 총 4차례 최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대기업에 출연금을 강요했다고 보고 각각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수사에 나선 특검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단순히 ‘강요로 뜯어낸 돈’이 아닌 ‘뇌물’이라 보고 최씨를 다시 재판에 넘겼다. 이어 딸 정유라씨의 이대 입학·학사비리도 파헤쳐 최씨를 추가 기소했다.
이 가운데 비교적 쟁점이 단순한 이대 학사비리 사건은 선고가 나왔지만, 최씨의 다른 재판은 결론이 나오기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뇌물을 받은 혐의 재판은 심리가 한창이고, 한발 앞서 검찰이 기소한 2건의 재판은 심리가 모두 끝났으나 일치된 결론을 위해서 선고를 미룬 상태다.
그뿐만 아니라 최씨가 사건마다 모든 혐의를 부인해 아직도 다른 재판에서 판결이 나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씨는 처음 검찰에 출석하며 쏟아지는 질문에 “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답하며 울먹였지만, 재판 절차에 들어가면서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첫 공판준비에서 “독일에서 왔을 때 어떤 죄든 달게 받겠다고 했는데 이제 정확한 걸 밝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건건이 무죄를 주장하며 특검이 강압적인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은 최씨의 61번째 생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생애 처음 구치소에서 맞은 생일에 유죄 판결을 받아든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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