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아이 증후군’ 논란 친부에게 징역 3년6월 선고
아기가 탄 유모차를 강하게 흔드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기의 친아버지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법원은 다만, 이 사건의 열쇠로 부각한 유아를 심하게 흔들 때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인 ‘흔들린 아이 증후군(Shaken Baby Syndrome)’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11일 수원지법 등에 따르면 김모(44)씨는 지난해 9월 동거녀의 아파트에서 동거녀와 사이에 낳은 8개월 된 아들 A군이 울자 A군이 누워있는 유모차를 앞뒤로 수차례 강하게 흔들었다.
A군이 잠시 잠을 자다가 깨서 다시 울자 김씨는 A군이 평소 좋아하던 아기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비행기 놀이’를 했고 이를 격하게 하던 중 A군을 머리 뒤로 넘긴 상태에서 떨어뜨렸다.
A군은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19일간 치료를 받다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A군을 진료한 의료진은 골절이 없음에도 심각한 뇌 손상이 발생한 점, 반복적인 외상 등에 의해 주로 나타나는 망막출혈이 동반된 점 등에 미뤄 ‘흔들린 아이 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은 2살 이하 유아가 울거나 보챌 때 심하게 흔들어서 생기는 질환으로 뇌출혈과 망막출혈 등의 특징이 있고 장골이나 늑골의 골절 등 복합적 손상이 뒤따르기도 한다.
당시 의료진은 A군이 탄 유모차를 김씨가 심하게 흔들었다는 사실과 그가 처음 경찰에서 “50㎝ 높이의 소파에 눕혔는데 떨어졌다”고 한 진술을 접한 상태에서 이 같은 소견을 냈다. 김씨는 이후 조사에서 “비행기 놀이를 하다가 손에서 아기를 놓쳤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검찰은 평소 심하게 울며 보채는 A군을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던 김씨가 다른 일로 화가 난 상태에서 A군이 또다시 울며 보채자 마구 흔들며 학대해 ‘흔들린 아이 증후군’ 등으로 인한 뇌부종, 경막하 출혈에 이은 뇌간마비로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11월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재판에서 “비행기 놀이를 하다가 떨어뜨린 것은 아이와 놀아주던 중 발생한 일로 학대로 볼 수 없고 유모차를 과하게 흔든 행위로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 발생해 사망하리라고는 도저히예견할 수 없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김정민)는 이날 김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처럼 아기를 안고 자신의 무릎에서부터 머리 뒤까지 수차례 격하게 흔드는 행위는 일반적인 놀이가 아닌 학대의 범주에 해당하는 행위”라며 “피고인은 이전에도 이렇게 놀아주다가 아기의 눈 주위가 빨개지는 것을 목격했고 아기의 친모에게서 수차례 위험하다고 주의를 받은 적이 있어 이런 행위에 대한 위험성도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유모차를 아이의 몸이 들썩거릴 정도로 심하게 흔든 행위 역시 학대로 볼 수 있으며 피고인의 이런 두 행위와 아기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 이들 행위로 아이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예견 가능성이 인정돼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흔들린 아이 증후군’에 대해서는 “재판 과정에서 나온 ‘흔들린 아이 증후군’에 관한 내용은 피고인이 아기를 안고 위아래로 격하게 흔든 행위가 학대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유모차를 심하게 흔든 행위에 관한 것인데, 아기를 안고 흔든 행위가 이미 유죄로 판단된 이상 아기의 죽음과 이 증후군의 연관성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의미 없다”며 별다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양형 이유에 대해선 “피고인은 아기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행위를 했고 아기의 친모에게서 용서도 받지 못해 엄벌이 불가피하지만 초범이고 평소 아기를 계속 학대한 정황은 없는 점, 피고인의 행위가 체벌 등 전형적 학대보다는 정도가 약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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