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 놓고 SNS 후폭풍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고도 자유한국당을 밀어준 대구·경북을 이해할 수 없다. ‘차라리 TK를 분리시켜 독립국가로 만들자’는 우스갯소리도 있다.”-서울시민 황모(35)씨“전라도는 대선에서 내내 야당만 찍었다. 득표율로만 보면 TK보다 더 심할 것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에 지역색을 입혀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행태다.”- 대구시민 박모(34)씨
10일 대선 관련 온라인 기사에는 일명 TK(대구·경북) 지역을 비난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나도 경상도 사람인데 대구·경북은 너무했다”, “성주군민 대다수는 사드 배치를 환영하고 있었던 모양”, “앞으로 성주참외 안 먹겠다” 등이었다. 대구·경북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에 대한 반감이다. 특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강하게 저항했던 경북 성주군에서 홍 후보가 56.2%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경기도 출신인 김모(40)씨는 “이번에는 다를 줄 알았는데 개표 결과를 보고 TK에 크게 실망했다. 다른 보수 후보도 있는데 굳이 박근혜 정권의 원죄가 있는 한국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 속내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홍 후보에게 투표한 한 대구시민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게 왜 비난받을 일인지, 조롱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성주군민들도 억울해했다. 박수규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상황실장은 “선거인 수 약 4만명 중에 50대 이상이 3만 7000명이나 된다. 우리끼리도 ‘어르신들이 너무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지만 투표는 자신의 뜻으로 행사하는 것”이라며 “18대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87%였던 것을 생각하면 홍 후보의 득표율은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정회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전 대통령 문제는 탄핵으로 해결됐다고 판단하거나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보수 성향의 시민들에게는 홍 후보가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면서 “이번 현상이 또 하나의 소지역주의나 새로운 지역 갈등으로 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까지 섬겨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통합을 강조한 만큼 호남뿐 아니라 대구·경북 출신 인사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며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잘 봉합하면 변화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7-05-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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