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기다림은 ‘기본’…투표용지발급기 급히 늘려, 오후 2시 40분 현재 5천600여명 사전투표
“줄이 왜 이렇게 길어”사상 첫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인천국제공항 3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앞은 투표소가 열리는 오전 6시 이전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이 장사진을 쳤다.
사전투표하고 여행갑니다
제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 F카운터옆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주위에 여행객 유권자들이 투표 시작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있다.연합뉴스
이날 인천공항 투표소에서는 30분은 기다려야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다.
줄을 선 사람들 상당수는 비행기 출발시각을 지나치지 않을지 걱정됐는지 연신 시계를 들여다봤고 한 여행객은 출발시각이 가까웠는지 “이러다 새치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하기도 했다.
중국 출장을 떠나는 중소기업인 김종구(54)씨는 “지난 대선 때는 일이 바빠 투표를 못 했는데 이번에는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평소 비행기를 탈 때보다 1시간 앞서 공항에 왔다”고 했다.
젊은 여행객들은 긴 줄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며 지루함을 달랬다.
대부분은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지거나 가이드북을 보면서 여행지에서 갈 곳을 미리 살펴보며 시간을 보냈다.
징검다리 황금연휴를 맞아 동갑내기 친구와 일본여행을 간다는 윤상요(26)씨는 “두 후보를 놓고 고민 중인데 아직 결정을 못 했다”면서 “어떤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부정부패만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대선 날에도 일해야 하는 공항직원들도 이날 짬을 내 사전투표에 나섰다.
한 공항보안검색요원은 “대선일에 근무가 늦게 끝나 투표를 할 수 없을 듯해 국민 한 사람으로서 미리 권리를 행사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런 사전투표 열기는 담당 선거관리위원회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선관위는 인천공항 투표소에 기표소 12곳과 투표용지발급기 10대를 설치했다가 사람이 몰리자 오전 중 투표용지발급기 4대를 추가했다.
투표상황을 점검하러 나왔던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장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더 많은 투표장비 설치를 요청했는데 장비가 부족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시간 탓에 투표하지 못한 분들이 생겨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으로 출국한 박정숙(56)씨는 “남편과 투표장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고 이야기했다”면서 “나는 오래 기다리지 않았으나 장비가 더 있었으면 훨씬 수월하게 투표했을 것 같다. 유권자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행기 출발시각을 맞추느라 투표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실제 종종 목격됐다.
인천공항공사는 투표를 마친 여행객의 비행기 출발시각이 30분 미만으로 남았으면 패스트트랙을 이용해 출국장을 통과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공항이라는 특성상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신분증으로 여권을 제시했다는 점도 인천공항 투표소 대기 줄이 길어진 이유였다.
주민등록증은 기계로 스캔해 자동으로 신원확인이 가능하지만, 여권은 투표사무원이 일일이 펴서 주민등록번호를 직접 단말기에 입력해야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부모만 투표하는 것이 샘이 났는지 자신도 투표하겠다고 떼를 쓰기도 했다.
초등학생 딸과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을 이끌고 동남아시아로 여행가는 이모(36)씨는 “선거날 외국에 있어 미리 투표했다”면서 “다음 대통령은 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지도자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선대위 송영길 총괄본부장과 전 축구 국가대표 이천수씨 등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사전투표 캠페인을 벌였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투표상황을 점검하러 왔다가 투표까지 하고 갔다.
이천수씨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투표하는 다른 시민들을 응원하고자 왔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다음 대통령이 소통을 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투표소에서는 이날 오후 2시 40분 현재 약 5천600명이 사전투표를 마친 것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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