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밤 근무 중 칼로 위협당해…밤새 조사받고 남은 근무 채워
“무섭고 위험해도 그만둘 수 없어”지난 10일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감방에 가고 싶다”며 커터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위협하고 7만원을 훔친 A(19)씨가 이틀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전과 11범으로 특수강도 혐의로 복역했다 지난달 출소한 A씨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감형을 유도하기 위해 이런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강도 사건이 일어난 편의점 근처 주민들은 범행에 대한 두려움보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한 B(20)씨에 대한 안쓰러움이 더 크다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큰일을 당했어도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바로 해당 편의점을 찾아가니 B씨는 여전히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날 새벽 3시 15분쯤 A씨가 들어오더니 갑자기 큰 커터칼을 꺼내 위협했습니다. 30분 정도 편의점 안에 머무르면서, 감옥에 가려고 범행을 하는 거라고도 했고, 부모님 얘기를 하며 할머니 손에 큰 자신의 불우한 환경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실랑이를 벌이다 계산대에서 7만원을 움켜쥐고 떠났는데, 너무 떨려 경찰에 직접 신고하지도 못했어요. 편의점에 뒤이어 들어온 손님에게 신고를 부탁했습니다.”
신고를 받자마자 경찰이 출동했고, 그는 인근 파출소에서 오전 7시 30분까지 진술을 했다. 연락을 받고 나온 주인이 대신 가게를 봤고, B씨는 편의점에 돌아와 30분간 근무를 한 뒤 오전 8시에 퇴근을 했다. 큰일을 당한 터라 정신이 혼미했지만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의 근무시간을 채우고 다음 근무자에게 업무를 인계해야 한다고 B씨는 설명했다. 그는 이튿날인 13일 오후 2시 경찰에서 A씨를 붙잡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유흥가 편의점은 밤이 위험합니다. 최근에는 단골손님이 신문으로 때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야간 시급이 7000원입니다. 주간(6470원)보다 많거든요. 생계를 유지하려면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위협을 당할 땐 무섭기도 했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의 청년이 감옥에 가고 싶다니 한편으로 불쌍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의 하루 일당은 7만원이다. A씨가 훔쳐간 그 액수와 같다. 그는 미래의 목표에 대해 답하지 않았지만 주변에 있던 동료는 그가 사진을 찍는 연습을 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7-04-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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