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준규 전 국민연금공단 리서치팀장, 문형표·홍완선 재판에서 증언 “공단 손실액 상쇄하기 위해 시너지효과 끼워맞추기 한 것 아냐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조정해달라는 국민연금공단 측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던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관련 내용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재판에서 알려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채준규 전 공단 리서치팀장을 신문하는 도중 그가 2015년 7월 홍 전 본부장과 함께 이 부회장을 만나고 온 뒤 작성한 문건을 공개했다. 채 전 팀장은 홍 전 본부장의 지시를 받고 합병 예상 효과를 2조원 이상으로 산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CEO 면담 내용’ 이라고 된 문건에는 ‘합병 비율 재조정 요구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으나 실무적 법률 검토 결과 실행 불가능하다는 결론. 사전 유출돼 주가 급등락하는 경우 등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가능하다는 법무팀 의견’이라고 기재돼 있다.
채 전 팀장은 특검팀이 “이재용 부회장이 이렇게 말한 건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말했다.
이 문건에는 또 ‘플랜 B에 대해 묻는다면 플랜 B는 없다고 하겠음. 이 정도 대가 치르고 합병 추진한다는 건 생각하고 싶지 않음. 이번에 무조건 성사시켜야 함. 순환출자고리 때문에 삼성물산 주식 취득 못해’라고 기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채 전 팀장은 이 내용도 이 부회장이 말한 내용이라고 인정했다.
특검측은 “이 내용을 보면 이재용은 무조건 합병시켜야 한다는 입장인데, 공단이 합병에 찬성해달라고 얘기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채 전 팀장은 이에 “그런 취지로 이해했다”고 수긍했다.
특검 측 조사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당시 이 부회장을 면담하고 온 뒤 국정감사 등에 대비해 채 전 팀장 측에 “리서치팀에서 이 부회장 면담을 주선한 것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특검은 이를 두고 “당시 면담에서 홍 전 본부장이 합병 찬성 등 부적절한 언행이 있어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채 전 팀장은 그러나 “면담에서 (홍 전 본부장이) 찬성이나 이런 발언을 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채 전 팀장은 “합병 비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공단에 유리하긴 한데 다 감안해도 대체적으로 합병되는 게 국민연금 수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이 “1(제일모직):0.35(삼성물산) 비율로 합병할 경우 공단에 1천388억원의 손해가 나니 이를 상쇄하기 위한 시너지 효과(2조원)를 수치로 계산하라고 지시한 것 아니냐”고 묻자 “1천388억원에 끼워맞추기 위해 시너지를 2조원에 맞추라고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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