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들 20여 일간 휴식…검찰 수사 보며 안타까워하기도8인 체제 구성해 지난주 첫 평의 열고 본격 업무처리 재개
지난달 3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일부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이 구속을 피할 수 없을 거란 사실을 직감했다.탄핵심판 석 달 내내 검찰 수사기록을 달달 외우다시피 읽은 결과였다. 재판관들은 영장 발부 소식을 접하고는 “안타깝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일부 재판관은 심적 부담에 악몽을 꾸기도 했다고 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이수(64·사법연수원 9기) 소장 권한대행이 이끄는 헌재는 최근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첫 번째 재판관 평의를 열고 다시 본격 심리에 들어갔다.
한 달 전인 3월 10일 오전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역사적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은 이후 짧은 휴가를 가거나 미뤄온 바깥 활동을 하며 약 20일간 그간 누적된 피로를 풀었다.
특히 같은 달 13일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전 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고 이선애(50·사법연수원 21기) 재판관이 지난달 29일 취임해 다시 ‘8인 체제’가 구성될 때까지 모든 심리가 중단된 상태였다.
이에 지난주 열린 첫 평의에선 비교적 어렵지 않고 단순한 사건들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재판관을 환영하는 자리도 열려 ‘선배’ 재판관들이 덕담하면서 향후 헌재 생활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 수사·재판에 대한 전망이나 파면 결정 이후에 대한 소회를 나누기도 했으나 대체로 이 사안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는 후문이다.
탄핵심판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헌재 청사 정문에는 여전히 경찰 인력이 지켜선 상태다. 재판관마다 3∼4명씩 붙던 ‘24시간 실탄 경호’도 탄핵 반대세력의 움직임에 따라 유동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대통령을 파면한 헌재가 앞으로 다룰 중요 사건으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 위헌법률심판 사건이 꼽힌다. 다만, 일각에선 차기 소장이 임명돼 9인 체제가 완비된 이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지난달부터 서울 삼청동 소장 공관 시설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등 새 소장 맞이 준비를 시작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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