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고성에 밤잠 설쳐도 숨죽인 삼성동 주민들

시위대 고성에 밤잠 설쳐도 숨죽인 삼성동 주민들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17-03-14 22:34
수정 2017-03-15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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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지지자 朴자택 앞 집결…인근 초교 안전유의 통신문 발송

“흥분한 시위대 도발할까 불안”

지지자들의 시위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넘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새벽 3시에 고성이 울리고, 대낮에 술에 취한 일부 지지자가 경찰 및 취재진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인근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에게 등하교 안전에 유의해 달라는 통신문을 보냈다.
박 前대통령 찾아갔다 못 만난 김평우
박 前대통령 찾아갔다 못 만난 김평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을 맡았던 김평우 변호사가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한 박 전 대통령 집 앞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김 변호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사저를 방문했지만 사전 협의가 안 됐다는 이유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14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새벽 3시 25분쯤 박 전 대통령의 자택 맞은편 다세대주택 지하 주차장에서 한 여성(38)이 울면서 소리를 지른다는 주민 신고가 들어왔다. 이 여성은 술에 취한 상태로 출동한 경찰관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고 옷을 잡아 뜯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이 여성을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추정하고 조사하고 있다.

지지자 50여명은 이날 태극기를 흔들며 박 전 대통령을 연호했고, 일부는 카메라를 든 취재진을 향해 “그만 찍어라. 사생활 침해 아니냐”며 고성을 질렀다. 또 다른 여성 두 명은 취재 차량이 지나가려 하자 “나를 밟고 지나가라”고 소리치며 도로 위에 드러누워 태극기를 흔들었다. 자신이 박 전 대통령의 8촌 동생이라고 주장한 한 여성은 술에 취한 채 “언니(박 전 대통령) 목소리만 듣게 해달라”며 오열했다. 지지자들은 삼성동 자택 주변에 앞으로 4개월간 집회 신고를 해 놓은 상태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처음에는 시위대들이 밤늦게까지 시위를 벌이고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 불편하기만 했지만 지금은 흥분한 지지자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 박 전 대통령 자택과 맞붙어 있는 삼릉초등학교는 전날 각 가정에 통신문을 보내 학생들의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학생들에게 당분간 하교 후 운동장에서 놀지 않도록 하고, 낯선 사람을 따라가거나 이야기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날 하교하는 손녀를 데리러 온 남모(65)씨는 “요새 학교 주변에서 시위를 하니 불안해서 아이를 혼자 내보낼 수가 없다”며 “저녁에는 아예 아이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의 자택에는 전담 미용사였던 정송주씨가 들어갔고,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었던 김평우 변호사는 사전 약속 없이 자택을 찾았다가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7-03-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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