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공무원, 농부, 같은 처지의 공시생까지
“나도 어렵게 공부해 공무원 됐습니다. 돈 없어 수험서 훔친 공시생 돕고 싶어요.”생활고 탓에 공무원 시험 문제집 살 돈이 없어 책을 훔친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을 돕고 싶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23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책을 훔친 공시생 사건이 알려진 지 이틀이 지난 현재까지 30대 공시생 A씨를 돕고 싶다는 시민들의 문의 전화가 경찰서에 수십 통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주부는 “저도 여유가 없지만, 어렵게 공부하는 공시생을 돕고 싶어 전화했다”며 도울 방법을 경찰에게 문의했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에서 공무원은 “저도 어렵게 공부해 공무원이 됐다”며 “공시생 사연이 딱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며 “수험서라도 사주고 싶다”고 말했다.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힌 여성은 “쌀과 율무를 키우는데 밥도 못 먹고 공부하는 공시생에게 쌀이라도 한 가마니 보내겠다”며 “즉결심판 받으면 벌금이라도 내가 내겠다”고 알려왔다.
새벽기도를 갔다가 공시생 소식을 들었다는 여성은 “피해자가 돈을 받지 않는다면 경찰서에 가져다줄 테니 꼭 전달해달라”며 “어려운 사람들이 희망을 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80세 장애인은 “일회성에 그친 도움보다는 매달 꾸준히 도움을 주고 싶다”며 피의자 A씨와의 연결을 부탁했다.
이 장애인은 “본인도 휠체어를 타고 생활한다”며 “비록 죄를 저질렀지만, 어렵게 공부하는 피의자를 돕고 싶다”고 밝혔다.
도움의 손길을 내민 시민들은 한결같이 “저도 여유가 없지만 돕고 싶다”고 밝혔다고 경찰은 전했다.
A(33)씨는 지난 5일 오후 9시 15분께 광주 북구의 한 대학 도서관에서 한국사 공무원 시험 문제집을 훔쳤다가 일주일여만에 피해자를 찾아 돌려줬다.
피해자는 A씨를 용서했으나, 경찰신고를 해 어쩔 수 없이 처벌을 받게 된 A씨를 경찰은 전과가 남지 않게 즉결심판 청구를 해 구제될 수 있게 도왔다.
경찰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A씨에게 밥값 5만원을 주고, 수험서를 사주기도 했다.
A씨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수년째 기술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노령의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주말에 아르바이트하고 끼니를 거르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책 살 돈이 없어 수험서를 훔쳤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A씨를 도운 생활범죄수사팀원에게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도움 문의가 잇따르자 경찰은 피의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A씨는 “제가 잘한 것도 없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분들에게 고맙다”며 “정성은 감사하지만, 염치없어 도움을 받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또 “전화를 주신 일부 시민에게라도 직접 전화를 걸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