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칼 한자루·도마도 못 건졌다”…상인들 잿더미 속 ‘망연자실’

“회칼 한자루·도마도 못 건졌다”…상인들 잿더미 속 ‘망연자실’

입력 2017-01-15 10:30
수정 2017-01-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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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 접한 여수수산시장 상인들 발만 동동…영문 모른 관광객들 발길 돌려

“남은 게 하나도 없네.”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전남 여수수산시장 상인들은 새카만 그을음만 남은 내부를 둘러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왕복 2차로를 사이에 두고 자리한 이곳은 수산도시 여수의 대표적인 명물이자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시장이다.

한창 손님맞이로 분주했을 시각에 참담한 상황을 접한 상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시장 입구 곳곳에서 발만 동동 굴렸다.

시장 1층 내부는 무너져내린 구조물과 그을음에 파묻혀 활어를 가둔 수조가 있던 자리와 회를 뜨던 작업대 공간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갯내음 넘쳐났던 시장 내부는 메케한 냄새로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피해 상황을 파악하려고 잔해를 뚫고 들어간 상인은 ‘위험하니 나오라’는 외침에 서둘러 건물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상인은 회칼 한 자루, 도마 하나 건지지 못한 수산시장 안에서 신발과 옷자락에 그을음만 묻히고 나왔다.

일요일 아침 관광객을 태우고 온 버스는 영문을 모른 채 수산시장 주변으로 모여들었지만 이내 일정을 취소하고 자리를 떴다.

여객선터미널에서 남산초등학교로 향하는 연등천 위 개방통로공간에서는 소방관들이 피해규모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소방관들 뒤편에서는 어지럽게 흩어진 집기 사이로 조기와 붉은 돔 등 말리다 만 생선들이 처량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이날 불은 철골조 슬라브 구조인 시장 1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을 최초로 목격한 경비원은 “투닥투닥 소리가 나길래 확인해보니 전기는 나가고 연기가 꽉 차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2시 29분께 시장을 집어삼킨 불길은 2시간 뒤에야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사그라들었다.

설 대목을 보름가량 앞두고 비보를 접한 상인들의 마음도 까맣게 타들어 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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