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버스’ 방치 아동 넉달째 의식불명…부모 “가슴 무너져”

‘통학버스’ 방치 아동 넉달째 의식불명…부모 “가슴 무너져”

입력 2016-11-10 16:01
수정 2016-11-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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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형 내려지지 않아 억울해, 항소할 것”

“의식이 없는 네살배기 아들이 경직 증세로 힘들어할 때면 그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다시금 화가 나요.”

폭염 속 유치원 통학버스에 방치돼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A(4)군 가족에게 지난 넉달은 A군의 심장박동 수가 오르고 떨어질 때마다 가족의 심장도 요동치고 때때로 찾아오는 슬픔과 분노가 반복된 시간이었다.

어머니 B(37)씨는 10일 연합뉴스 기자에게 “중환자실에서 격리병실로 옮긴 지 한 달이 넘었다. 24시간 아들을 간병했고 아이 아빠도 한동안 휴직하며 아이를 돌봤지만 아들은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힘겨운 심정을 털어놨다.

A군은 폭염이 지속됐던 지난 7월 29일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 옆 대로변에 주차 중인 25인승 통학버스 안에 갇혔다가 등교 8시간 만에 발견됐다.

열사병으로 인한 뇌손상으로 현재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패혈증까지 앓고 있다.

B씨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아보고자 서울의 대형병원 문을 두드려보기도 했으나 환자 본인을 데려오지 않으면 전원 접수를 해주기 어렵다는 답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어렵게 유명 사립대병원에서 진료받게 됐지만 의사로부터 ‘더 이상 해줄 게 없다’는 말을 듣고는 다리가 풀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면회가 일일 두차례로 제한됐던 중환자실을 떠나 격리병실에서 아이의 상태를 24시간동안 직접 보면서 유치원 사람들이 밉고 원망스럽다가도 아이를 위해 좋게 마음을 가지자고 다짐하기를 반복하면서 온 가족의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A군의 기본적인 치료비는 자동차보험으로 처리되고 있지만 A군 가족이 내국인이 아닌 중국 동포라는 점 때문에 가정에 대한 생계유지·간병·교육 지원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 달간 회사까지 쉬며 함께 간병하던 남편은 얼마 전 생계를 위해 다시 직장에 복귀해야 했다.

만 2세(생후 31개월)인 동생은 광주에 사는 남편의 누이가 일하는 틈틈이 돌봐주고 있지만 정서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

B씨는 이날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유치원 교사들과 버스 기사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했다.

인솔교사와 버스 기사에게는 금고 6개월, 주임교사에게는 금고 5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내려진 것에 대해서는 최고형(금고 5년)에 미치지 못한다며 억울한 심정을 내비쳤다.

특히 법원이 양형의 참작 사유로 든 유치원 측과 합의한 점에 대해서는 어려운 형편에 치료비 마련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호소했다.

B씨는 “처음에는 체념하고 유치원 사람들과 합의했다. 아이도 아프고 대한민국 법이 큰 처벌을 내리기 어렵다고 하니까”라며 “그러나 막상 서울의 병원까지 찾아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재판에 들어가보니 용서하기 힘들더라”고 밝혔다.

그는 “형사 재판도 이런데 민사로 가더라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며 “너무 억울한 심정에 엄벌을 주장한 것인데 합의한 사실을 들어 참작했다니 받아들이기 힘들다. 항소하겠다”고밝혔다.

A군의 투병이 장기화하면서 지자체도 도움을 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 관계자는 “현재로선 법 테두리 내에서 지원 가능한 방법이 없다. 긴급복지지원은 내국인이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민간 기관에서 도움받을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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