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朴대통령 연설문 전담…7월 건강 문제로 갑작스레 사의
차은택·고영태 잠적에 수사 난항“검찰이 도주 시간 벌어줘” 비판
25일 금융권·검찰 등에 따르면 조인근(53)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은 지난 24일 JTBC의 ‘대통령 연설문 유출 의혹’ 보도 직전 외부 일정을 이유로 회사를 나간 뒤 출근하지 않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 의혹과 관련해 누가, 어떻게, 왜, 어떤 문건을 유출했는지 알고 있으며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인물로 손꼽힌다.
특히 지난 10년간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전담했던 조 전 비서관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올 7월 갑자기 그만두고 한달쯤 뒤 금융 분야 경력이 전혀 없는데도 ‘낙하산 논란’을 무릅쓰고 증권금융 감사로 취임했다. 조 전 비서관은 올해 초 주변에 “(작성해 올린) 연설문이 자꾸 이상하게 돼서 돌아온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비서관 외에도 최씨와 딸 정유라(20)씨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있는 근거지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르재단 설립과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차은택(47) 감독 역시 중국에 머물며 입국을 미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소유 회사 더블루K의 등기이사인 고영태(40)씨 역시 잠적 중이라 실효성 있는 수사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온라인상에 남아 있던 관련자들의 흔적들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아버지가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한다”고 소개했던 국제승마연맹(FEI) 홈페이지상의 정유라씨 프로필은 지난 22일 삭제됐다. “돈도 실력”이라는 등의 글로 막말 논란을 낳았던 정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들도 폐쇄됐다.
지난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이 정상적이었다는 취지의 박근혜 대통령 발언과는 달리 두 재단은 해산 절차를 밟고 있고 회의서류 등 각종 자료는 폐기된 상태다. 더블루K 등 최씨 소유로 의심되는 법인의 사무실도 역시 문을 닫았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관련 고발 이후 한 달 가까이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관련자들의 도주 및 자료 파기 시간만 벌어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6-10-26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