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때려 숨지게 한 10대 영장…1시간 증거인멸

아버지 때려 숨지게 한 10대 영장…1시간 증거인멸

입력 2016-08-21 11:21
수정 2016-08-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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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후 PC방서 3시간 게임 뒤 귀가해 범행 도구 숨겨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10대가 범행 후 PC방에서 게임을 한 뒤 집으로 돌아와 1시간 넘게 증거를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A(14)군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A군은 이달 19일 낮 12시께 인천시 남동구의 한 원룸에서 아버지 B(53)씨를 방 안에 있던 밥상 다리와 효자손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용돈을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아버지를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경찰에서 “PC방에 가려고 2천원을 달라고 했는데 아버지가 안 줘서 때렸다”고 진술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B씨는 평소 척추협착증과 뇌병변 등으로 거동이 불편해 아들의 폭행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B씨는 165㎝ 키에 체중은 45㎏에 불과했다. 반면 키 160㎝인 아들의 몸무게는 58㎏이었다.

A군은 아버지를 폭행한 뒤 당일 오후 1시께 집을 나서 400m가량 떨어진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오후 4시 10분께 귀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은 집 안에 있던 1천원짜리 지폐 1장을 들고 가서 PC방 적립금 1천원에 더해 3시간가량 게임을 했다”고 말했다.

경찰 추가조사 결과 PC방에서 돌아온 A군은 범행 당일 오후 5시 30분께 평소 알고 지낸 동주민센터 복지사에게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알리기까지 1시간 넘게 집에서 범행도구 등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범행에 사용한 밥상 다리를 집 냉장고 뒤에 숨기고 아버지가 폭행을 당하다가 대변을 본 이불을 집 밖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10년 전 부모가 이혼한 뒤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으며 지난해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장기간 결석해 유급됐다. 올해 초부터 다시 등교하겠다는 의사를 학교 측에 밝혔지만 3월부터 또 결석했다.

그는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를 앓아 평소 감정 기복이 심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자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는 2차례 병원에 입원해 2개월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A군의 고모를 신뢰관계인으로 함께 입회한 상태에서 계속 조사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시신 부검 결과가 나오면 존속살해로 죄명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A군은 만 14세이지만 생일이 한 달가량 지나 형사 입건 대상에서 제외하는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은 과거에도 용돈 문제로 아버지를 폭행하고 휴대전화를 부순 적이 있다”며 “몸이 불편해 오랫동안 직업이 없던 아버지는 이달 초 여동생에게 5만원을 빌려 생활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 용돈을 제대로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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