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거 농성 7일… 갈등 새 국면
최 총장 “구성원 존중” 밝혔지만 학생들 “공식 철폐 때까지 농성”교육부 “사업 철회에 문제 없어”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3일 서울 서대문구 이대 본관 앞에서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인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철회 방침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최경희 총장은 이날 낮 12시 본관 농성 현장을 찾아 “학생들을 보호하고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미래라이프대 설립을 철회하기로 했다”면서 “학생들도 점거 농성을 풀고 진지한 대화에 나서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날 학생들에게 공문을 보내 오후 6시까지 농성을 풀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학생 측 대변인은 오후 5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인 철폐 절차가 끝날 때까지 본관을 지키겠다”며 ▲총장 직인이 찍힌 공문으로 사업 철폐를 공식화할 것 ▲불통 행정에 대해 총장과 학교 측이 전면 사과할 것 ▲성명서에 실명으로 참여한 교수·교직원·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어 “농성 철회 시점은 추가 논의를 거쳐 추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이날 오후 8시 학교 정문 시위에서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책임론을 제기해 후유증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농성은 지난달 28일 오후에 열린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미래라이프대 설립 계획을 폐기하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농성 학생들이 회의에 참석한 평의원 교수와 교직원 등 5명을 약 46시간 동안 본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자 학교 측이 경찰 병력을 요청하고 이들이 학내에 투입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 총장은 지난 1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미래라이프대 설립과 관련한 대학평의원회 등 앞으로의 일정을 잠정 중단하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으나 학생들은 단과대 설립을 철회해야 농성을 풀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학생들에 이어 이날 이화여대 교수협의회가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이튿날 밤에는 인문대 교수 35명도 추가 성명을 내는 등 반대 여론이 거세졌다. 이에 학교 측에서 부담을 느껴 사업 철회를 결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교육부는 3일 “이대가 공문으로 지원사업 철회 의사를 제출해 이를 받아들일 계획”이라면서 “아직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사업 협약도 체결되기 전이라 이대의 불참에 대해 절차상 무리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08-04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