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SNS 타고 번지는 마약…청정국 지위 ‘흔들’

인터넷·SNS 타고 번지는 마약…청정국 지위 ‘흔들’

입력 2016-06-25 10:34
수정 2016-06-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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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마약사범 1만명 넘어…신종 마약류 유통도 늘어

특송화물 검사 강화·파출소 간이테스트 등 대책 ‘부심’

과거 조직폭력배가 밀수해 중독자 중심으로 소비되던 마약류가 최근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1만 명을 넘어서 이제는 마약청정국으로서의 지위도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와 각 수사기관에서는 마약류의 불법 유통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각종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마약 청정국 지위 흔들.
마약 청정국 지위 흔들.
최근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등 마약류를 국내 최대규모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 등에서 사고 판 마약사범 17명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조사 결과 간호사 A씨는 올 3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입원환자의 졸피뎀 40정을 빼돌려 판매하려 했고, 지난 1월 간호보조원 B씨는 의사 처방을 받은 졸피뎀 204정을 내다 판 것으로 확인됐다.

마약류 구입자 중에는 고등학생도 포함됐다.

앞서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만난 ‘조건만남’ 성매매 여성들과 마약류를 투약한 조직폭력배 C씨 등 47명이 경찰에 무더기 검거된 적도 있다.

검거된 이들은 마약을 뜻하는 은어인 ‘얼음’, ‘차가운 술’ 등을 찾는 성매매 여성에게 접근해 필로폰을 나눠 투약하려 한 혐의로 구속되는 등 형사 입건됐다.

이들 중 다수는 이전에도 같은 수법으로 마약을 투약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2월부터 3개월 동안의 수사로 무려 50명에 가까운 마약류 사범을 붙잡았다고 전했다.

마약류 유통 창구가 다양화하고 있다.

과거 폭력조직이 밀매, 중독자 중심으로 소비되던 마약류는 이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퍼져나가 위 사례처럼 일반인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2014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이래 국내에서 마약류를 대규모로 밀조, 판매하는 마약류 사범은 거의 사라졌지만, 유학생과 외국인 등 학원강사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마약류를 직접 구매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을 이용해 신종 마약류를 밀수입 하는 사건도 꾸준히 늘어 지난 2005년 67건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262건으로 10년 만에 4배 가량 증가했다.

덩달아 신종 마약류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물론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류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일명 ‘히로뽕’으로 불리는 ‘필로폰’, 대마의 잎을 건조한 담배인 ‘대마초’ 등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수년새 신종 마약류의 밀수입량이 늘었다.

일례로 한때 유명 연예인들이 불법 투약한 사실이 잇따라 밝혀져 사회적 논란이 된 ‘프로포폴’ 압수량은 2011년 2천여 앰플(50ml)에서 2012년 2만여 앰플(50ml)로 크게 증가한 바 있다.

그 결과 마약류 사범은 지난해 1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4월 정부가 발표한 ‘마약류 범죄 근절 종합대책’을 살펴보면, 2011년 9천174명이던 마약사범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1만1천916명으로 1만 명을 넘었다.

압수한 마약류의 양도 2013년 7만6천여g, 2014년 8만7천여g, 지난해 9만3천여g이나 된다.

정부는 이 자료에서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마약청정국으로 인식돼 왔으나 최근 인터넷·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마약이 확산하고 있다”며 “마약사범 및 압수한 마약류의 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대응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다음달 인천공항에 ‘특송물류센터’를 신설해 전체 특송화물에 대해 원격판독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검사를 하기로 했다.

또 탐지요원 1명과 탐지견 1마리로 편성된 ‘마약탐지조’를 국제선이 취항하는 공항·항만 등에 투입해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전국 14개 지역 ‘검·경 마약수사 합동반’을 꾸려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 거래를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마약수사에 대한 전국 규모 검·경 합동수사를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인터넷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마약 관련 용어 게시물 자동검색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인터넷 마약범죄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경찰에서도 자체적으로 대책을 만드는 데에 부심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4월부터 경기도내 외국인 밀집지역인 안산과 시흥 등 7개 지구대·파출소에 간이테스트기를 배포하고 사용 방법을 교육했다.

간이테스트기를 이용하면 소변 2방울 만으로 5분 안에 필로폰 등의 양·음성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또 이달 들어 농촌 지역에서 양귀비나 대마를 밀경작하는 농가를 찾아내기 위해 드론을 투입해 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간이테스트기 배포로 마약류 투약 의심자를 신속히 가려내 검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드론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샅샅이 수색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영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마약류대책협의회 민간자문위원)는 “마약류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뇌 전반에 걸친 손상을 일으켜 치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더 무서운 점은 단 한번의 사용으로도 중독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마약류에 중독되면 본인의 의지나 결심만 가지고는 끊을 수 없다”며 “의학적·심리학적인 도움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치료체계가 구축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성남 강남을지병원장(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도 “전국에는 마약류 중독자가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21개 병원이 있다”며 “그러나 관련 예산은 연간 6천500만원이 전부로, 1년을 치료 기간으로 잡으면 단 2명만이 혜택을 볼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약사범 검거에 대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치료와 예방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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