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스크린도어 고장 알고도 메트로 직원 안전 조치는 없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고장 알고도 메트로 직원 안전 조치는 없었다

이성원 기자
입력 2016-06-09 23:00
수정 2016-06-10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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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광봉·안전요원 배치 수칙 어겨… 경찰, 역무원 업무상 과실치사 검토

지난달 28일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업체 직원 사망 사고 당시 서울메트로 구의역 역무원들이 안전조치 실시 책무를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성수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이후 승객의 안전과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마련된 방침이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최판술 서울시의원이 9일 공개한 서울시의 ‘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 특별 안전대책 방침서’에 따르면 스크린도어가 고장나면 해당 역무원은 우선 장애 내용을 AFC(역무자동화) 운영실에 통보해야 한다. AFC 운영실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와 관련한 전체 업무를 통제하는 부서다. 통상 스크린도어 정비 업체는 AFC 운영실을 통해 스크린도어 고장 여부를 요청받는다.

이후 역무원은 정비 업체 직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스크린도어를 수동으로 조작해 열어 두고 경광봉을 설치해야 한다. 안전요원 배치도 의무 조항이다. 승객들이 해당 스크린도어의 고장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의역에 경광봉 4개가 비치돼 있었음에도 역무원들은 해당 스크린도어에 설치하지 않았다. 서울메트로는 성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발생한 2013년 이후 237만원을 들여 은성PSD가 관리하는 97개 역에 경광봉을 뒀지만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이전에 스크린도어 고장을 발견한 기관사는 운전관제에 이를 알렸고, 운전관제 직원이 AFC 운영실에 5-1 지점에 스크린도어가 고장난 것 같다고 통보했다. 또 해당 역무원은 사고가 발생하기 1시간 전인 오후 5시쯤 운전관제로부터 스크린도어가 고장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역무원이 경광봉을 설치하고 안전요원을 배치했다면 사고를 당한 김모(19)씨는 위험 상황을 체크하는 보조원을 둘 수 있었던 셈이다.

해당 역무원은 경찰 조사에서 ‘운전관제로부터 전화를 받고 폐쇄회로(CC)TV만 확인했는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광진경찰서는 1차 사고 책임이 역무원 부주의에 있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은성PSD의 ‘승강장 안전문 안전 운영 매뉴얼’에는 ‘기술요원들끼리 몰려다니지 않는다’, ‘근무 출동 전이나 회의·보고 전에는 흡연을 삼가거나 반드시 양치를 한다’ 등 안전과 크게 관련이 없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 정흥준 고려대 BK21 연구교수는 “은성PSD가 대민 서비스 업체도 아닌데 출동 전 양치 등을 안전수칙으로 넣은 것은 분명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많은 비정규직들이 이런 조항들에 대해 따질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불합리한 조항들이 유지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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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6-06-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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