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양파·수박·오이 고온에 취약…올 농사 좌우하는 결실 시기
“아직까진 큰 피해가 없지만 이상고온이 계속되면 열매가 올라오자마자 곧바로 화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30도를 웃도는 때 이른 한여름 날씨가 연일 이어지는 요즘 사람만 힘든 게 아니다.
일선 농가에서는 일찍 찾아온 더위에 애지중지 정성을 쏟아부은 농작물이 해를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을 겪었던 터라 날씨에 더욱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한창 열매를 맺거나 알이 굵어지는 시기여서 날씨가 한 해 농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적당히 높은 기온과 많은 일조량은 농작물 생장에 도움이 되지만, 이상고온은 경계해야 할 불청객이다.
이상 고온에 취약한 대표적 작물은 노지(露地·비닐하우스 따위로 가리지 않은 땅) 채소 중에는 마늘, 양파, 배추, 시설채소로는 고추, 수박, 오이 등이 있다.
마늘은 고온이 지속되면 영양분 흡수 장애로 잎끝마름 증상이 나타나고 알이 제대로 크지 못한다.
양파도 알이 굵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지고 생산량이 감소한다. 배추는 석회결핍증이 발생하거나 해충 피해를 받기 쉽다.
시설채소는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수정(受精) 및 착과(着果) 불량, 생육 저하가 나타난다.
벼는 상대적으로 더위에 강해 고온 피해가 훨씬 덜한 편이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강수량이 충분해 며칠째 이어지는 고온에도 아직은 벼뿐 아니라 다른 작물도 피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벼와 옥수수, 수수, 콩 등 일부 작물의 경우 오히려 생육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충북 단양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한여름 같은 비정상적인 날씨가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농작물에 별 피해가 없다”며 “오히려 생육에 필요한 적산온도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적산온도(積算溫度)는 작물 생육에 필요한 열량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육 일수의 일평균 기온을 합친 값을 말한다.
그러나 벌써 이상고온 피해가 나타나는 작물도 있다.
한지형 마늘 산지인 단양에서는 일부 마늘밭에서 칼슘 흡수가 지장을 받아 잎끝이 마르는 증상이 확인됐다.
마늘은 잎과 줄기의 건강 상태가 수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수확기인 하지(6월21일) 무렵 잎과 줄기가 2분의 1 정도 누렇게 되는 ‘황변’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야 알이 가장 굵다. 그전에 잎이 마르면 생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단양군은 일단 병이 나면 확산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잎마름병 예방을 위해 긴급 농가 지도에 나섰다.
단양군 관계자는 “일부 마늘밭에서 잎끝마름 증상이 확인됐지만 큰 문제는 없는 상태”라며 “올해는 강수량이 충분하고 발아율이 좋아 마늘 생산량이 작년보다 10% 정도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농작물의 고온 피해를 막으려면 충분한 수분 공급과 병해충 적기 방제 등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시설채소 관리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낮에 비닐하우스 통풍과 환기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모종이 말라가는 모잘록병이나 뜸묘 같은 고온 피해로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고온보다 더 큰 위험요인은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다.
이상고온 뒤에 날씨가 갑자기 서늘해지면 고온에 힘겹게 적응해 가던 작물이 저온 피해나 냉해를 입을 수 있다.
충주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지금은 많은 작물이 열매를 키워가는 시기여서 고온 피해를 입지 않게 주의하면서 일기예보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뿌리 활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엽면시비(葉面施肥)를 통해 잎에 직접 양분을 공급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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