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지점장 술 취해 경찰관 폭행…경찰은 “쉬쉬”

항공사 지점장 술 취해 경찰관 폭행…경찰은 “쉬쉬”

입력 2016-05-13 12:11
수정 2016-05-1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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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외부에 알리지 말아달라” 경찰서에 수차례 전화

부산에서 일하는 대한항공 지점장이 술에 취해 근무 중인 경찰관을 폭행했다가 불구속 입건됐다.

심야 당직근무를 하던 경찰관이 아무런 이유 없이 15m나 끌려가면서 폭행을 당했는데도 경찰은 사건을 숨겼다.

해당 경찰서에 사건을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는 전화가 수차례 온 것으로 확인돼 전화 때문에 경찰이 사건을 숨긴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달 10일 오전 1시 20분께 부산 중부경찰서 민원실에서 당직근무를 하던 박모(31) 경장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승객이 행패를 부린다며 찾아온 택시기사 신고를 받고 다가갔다가, 아무런 이유 없이 입에도 담기 어려운 욕설을 들었다.

택시에서 행패를 부리고 경찰관에게 욕설한 사람은 부산에서 대한항공 지점장으로 일하는 이모(51)씨.

이씨는 박 경장의 넥타이를 잡고 15m나 끌고 가면서 제복 단추와 견장을 떨어뜨리고 손으로 얼굴을 할퀴었다.

박 경장은 이씨에게 5분 넘게 멱살을 잡히는 바람에 목에도 찰과상을 입었다.

몸에 난 상처보다는 아무런 이유없이 민원인에게 폭행을 당해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박 경장은 폭력을 행사하는 민원인이지만, 괜히 과잉 대응했다가 말썽이 날 것을 걱정해 이씨에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화를 당했다.

경찰은 이씨를 공무집행방해로 불구속 입건했지만, 상부인 부산경찰청에는 보고 하지 않았다.

민원인의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엄정하게 대응한다면서도 정식 보고서는커녕 구두 보고도 하지 않았다.

중부경찰서 측은 사안이 가벼워 보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의혹이 있다.

이씨가 범행 다음 날 경찰서에 찾아와 ‘입건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면 징계를 받는다’며 선처를 호소했고, 경찰서로 이씨 사건을 외부에 알려지 말아 달라는 전화가 줄줄이 걸려온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중부경찰서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사건 담당 경찰 간부에게 박 경장 사건과 관련해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는 전화가 여러 통 온 것은 사실”이라며 “사안이 가벼워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언론사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야 부랴부랴 사건 보고서를 공개했다.

부산경찰청 한 경찰관은 “심야에 근무하던 경찰관이 15m 이상 끌려가면서 폭행당한 사건은 결코 가벼운 사건이 아니다”라며 “왜 보고하지 않았는지 경위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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