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정원 2천명 중 부정의심 사례 고작 5건…실명공개도 안해

한해 정원 2천명 중 부정의심 사례 고작 5건…실명공개도 안해

입력 2016-05-02 11:41
수정 2016-05-0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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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로 끝난 로스쿨 입시 실태조사…여론 비난 거셀 듯

고위층 자녀들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특혜 입학한 것 아니냐는 의혹 속에 2일 발표된 교육부 로스쿨 입시안 실태조사 결과가 그동안의 관심과 기대 수준에 못미쳐 비난 여론이 거셀 전망이다.

극히 일부의 학생이 자기소개서에 부모 신상을 기재한 것 외에 별다른 부정 사례를 확인하지 못했고, 이마저도 입학 취소 등의 불이익 조치로 연결 짓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결과가 빙산의 일각이나마 부정 사례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라는 의견과, 세간의 의혹과 달리 입시가 투명하게 운영됐음을 반증한 것이라는 의견이 갈리고 있어 로스쿨 입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고위층 자녀 특혜 있었다? 없었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전국 25개 로스쿨 입시안 전수조사 결과는 사실상 ‘입시부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2014학년도부터 2016학년도까지 3년간의 입시안을 조사한 결과 총 24건의 자기소개서에서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거론한 경우가 적발됐고, 이 가운데 ‘○○지방법원장’ 등으로 신상을 특정해 기재한 경우는 5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쿨 한해 정원이 2천명이고 그동안 법조계 등에 파다했던 특혜 의혹설 등을 고려하면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교육부는 또 자기소개서에 이른바 ‘부모 스펙’을 기재한 사례가 일부 드러났다 하더라도 이를 입시 부정을 단정할 수 없고, 따라서 적발 학생에 대한 입학 취소 등의 조치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로스쿨이 자소서 외에 다양한 전형 요소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단지 자소서 내용만을 가지고 합격 여부와의 인과 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애초에 입학전형 운영 자체가 대학 자율로 돼 있어 자소서 기재금지 내용 규정을 명확히 둔 곳이 많지 않았고, 이를 뒤늦게 문제 삼아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도 없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그러나 로스쿨 입시안 논란의 본질은 자소서에 부모 신상 등을 기재해 특혜를 받았느냐 여부가 아니라 입시안 자체의 불투명성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스쿨은 법학적성시험(LEET)과 공인영어성적, 자소서를 포함한 서류와 심층면접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이중 서류·면접 등 정성평가 비중이 높기 때문에 대학들이 전형요소의 실질반영 비율이나 전형 결과 등을 공개하지 않는 한 누가 어떤 이유로 합격, 불합격했는지 가늠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자소서에 굳이 부모 신상 등을 거론하지 않아도 알음알음 특혜를 받을 소지가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따라서 특혜 의혹 등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교육부가 일부러 조사 결과를 축소 발표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내는 차원에서라도 조사 내용을 전면 공개하거나, 입학생 가운데 법조인 자녀 비율이라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날 발표에서 ‘A대학 지원생이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가 ○○ 법원장이라고 기재했다’는 식으로 적발 사례를 설명하고 실명 등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부정 의심 사례가 적발된 대학에 대해서도 경고, 관계자 문책 등으로 마무리하기로 해 처분 결과 역시 솜방망이에 그쳤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 “실체 없는 의혹으로 로스쿨 죽이기” 반발도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말 사법시험 존폐 논란과 함께 당시 새정치연합 신기남 의원이 로스쿨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하려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2009년 로스쿨이 개원한 이래 입학전형을 대상으로 교육부가 전수조사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오랜 기간 찬반 논란 끝에 2009년 도입된 로스쿨은 사법고시로 획일화된 법조인 선발 체계를 유연화하고, 학부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전 지식을 습득하게 해 법조인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한제도로 주목받았다.

도입 이후 7년간의 운영 과정 속에서 법조인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넓혔다는 측면에서는 애초 취지가 어느 정도 실현됐지만 한편으로 선발 과정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이른바 ‘금수저’들에게 유리한 제도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법조계 등 고위층 자녀들이 로스쿨에 특혜 입학했다는 의혹은 공공연한 비밀로 거론됐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는 법조계는 물론 정계, 재계 등 각계 고위층 자녀들의 로스쿨 입학 또는 졸업 현황 명단도 떠돌기도 했다.

이렇듯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가 됐다는 논란 속에 교육부가 뒤늦게나마 전수조사에 착수했고, 이 과정에서 로스쿨 입시 부정을 폭로한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의 저서가 발간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신 교수는 저서에서 경북대의 한 교수가 모 변호사에게서 아들 입학 청탁을 받아 동료 교수 연구실을 찾아다녔다고 주장했으며 경북대는 이 부분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애초 로스쿨 특혜 의혹이 로스쿨 대 비로스쿨, 사시존치파 대 폐지파의 대리전으로 번지면서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로스쿨 협의체인 한국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은 고위층 자녀 특혜설에 대해 “일부에서 실체도 없이 로스쿨 죽이기를 하고 있다. 로스쿨 입시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반면 사시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등은 “공정한 희망의 사다리인 사시를 폐지하려는 로스쿨을 규탄한다”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번 논란의 일차적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 자율이라는 이유로 개원 이후 7년간 조사를 한번도 하지 않았고, 애초 전수조사가 일찌감치 마무리됐음에도 4월 총선 등을 의식해 발표 시기를 늦추며 의혹을 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그러나 이번 논란이 로스쿨 제도 자체를 흔드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면서 논란을 계기로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안을 만들어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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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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