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 비번 보고 도어록 열어 시모스·문서 암호 설정 안 돼
공시생 단독 범행… 내주 檢 송치공무원시험 합격자 명단 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의 채용 담당자가 PC에 ‘시모스(CMOS) 암호’를 설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무실 출입문 옆 벽면에는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다. 범행을 저지른 송모(26)씨가 쉽게 사무실에 들어가 PC 안의 합격자 명단을 조작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7일 “인사처 채용 담당자의 PC를 조사한 결과 시모스 암호와 합격자 문서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지 않았다”며 “송씨가 다른 프로그램으로 윈도 운영체제 암호만 풀고도 합격자 명단을 조작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의 ‘공무원 PC 보안 지침’에 따르면 ▲부팅 단계 시모스 암호 ▲윈도 운영체제 암호 ▲중요 문서 암호를 모두 설정하게 돼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송씨는 총 5차례에 걸쳐 청사에 무단 진입하면서 모두 다른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첫 번째 진입이었던 지난 2월 28일에는 송씨를 의경으로 착각한 청사 경비원이 출입을 허가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 체력단련실 라커룸에 들어가 공무원증을 훔쳤다. 3월 6일에는 훔친 공무원증으로 청사 정문을 통과했지만 비밀번호를 몰라 해당 사무실에는 못 들어갔다. 하지만 3월 24일 출입문 벽면에 비밀번호가 쓰여 있는 것을 발견해 진입에 성공했다. 경찰은 “새벽에 청소하는 용역직들이 사무실 비밀번호를 모두 외우기 힘들어 편의상 적어 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후 송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윈도 운영체제의 비밀번호 해제 방법을 알아내 지난달 26일 인사처 담당 사무관과 주무관 PC에 접속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자신의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필기시험(PSAT) 점수를 고치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넣었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가 준비했던 USB를 PC 본체에 꽂고 전원을 켠 뒤 다시 전원을 껐다 켜자 윈도 운영체제와 화면보호기 암호가 무력화됐다”고 설명했다. 송씨는 지난 1일 자신의 범행이 들켰을까 걱정해 해당 사무실을 다시 찾기도 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송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짓고 다음주 초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통화 기록 수사에서 특이한 점이 없었고 청사에 근무하는 지인도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향후 정부서울청사 전체의 보안 문제를 먼저 수사하고 인사처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6-04-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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