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 말 믿은 5차례 수색 ‘허탕’…‘암매장’ 安양시신 어디있나

계부 말 믿은 5차례 수색 ‘허탕’…‘암매장’ 安양시신 어디있나

입력 2016-03-27 13:48
수정 2016-03-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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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찾고 싶은데 기억이 안 난다. 이 산은 맞는데 정확하게 모르겠다”

모진 학대 끝에 숨진 네 살배기 의붓딸의 시신을 야산에 묻은 혐의로 구속된 의붓아버지 안모(38)씨는 4차례의 발굴에도 자신이 지목한 충북 진천 갈월리 야산에서 시신이 나오지 않자 이렇게 말했다.

자신도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답답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경찰이 부모의 학대를 받다 꽃봉오리조차 피워보지 못한 채 억울하게 숨진 안양의 원혼을 달래줄 유일한 방법인 경찰의 시신 수습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청주 청원경찰서는 27일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계부 안모(38)씨가 숨진 자신의 딸을 암매장했다고 주장하는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 야산에서 방범순찰대원과 형사 등 60여명을 동원, 검침봉으로 수색했지만 시신을 끝내 찾지 못했다.

경찰은 나름대로 다양한 수사기법과 첨단기기를 동원했지만 5년간 사회의 무관심 속에 땅속 깊숙이 묻었던 안양의 시신을 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안양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하면서 이 사건은 정확한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미궁 속에 빠지게 됐다.

수사 초기부터 안씨는 경찰에서 한결같이 안양의 암매장 장소로 진천 갈월리 야산을 지목했다. 진천이 자신의 고향이라 지리와 지형을 잘 알기 때문이라는 설득력 있는 이유도 내세웠다.

안씨의 자백에 따라 경찰은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공식적으로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수색을 벌였지만, 안양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굴착기, 수색견, 지표면 투과 레이더(GPR)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과 장비가 동원했지만 허사였다.

수색 작업은 전적으로 안씨의 진술에 의존했다.

안씨와 함께 딸의 시신을 암매장해 사건의 전모를 아는 아내 한모(36)씨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경찰로서는 안씨의 입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이자 증거인 안양 시신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새롭게 산에 묘지가 들어서고, 암매장 당시 좌표로 삼았던 나무가 일부 베어지는 등 주변 변화가 생겨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겠다는 안씨의 해명에도 의문부호는 여전히 남았다.

안씨가 진술한 야산은 도로에서 100m 거리에 불과하고 야트막해 접근이 어렵지 않다. 깊은 산 속이라면 모르지만, 암매장 위치를 찾아내지 못하겠다는 안씨 말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숨진 의붓딸을 묻고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범인은 범행 현장을 다시 찾기 마련인데 딸을 암매장하고도 외면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땅이 꽁꽁 얼었을 엄동설한인 12월 중순 홀로 2시간 동안 1.5m 깊이로 땅을 파 안양의 시신을 암매장했다는 안씨의 진술 역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이번 수색 때 건장한 형사 5명이 달려들어 삽질을 해봤지만 “돌과 나무뿌리가 많아 속도를 낼 수 없었다”며 입에 단내를 냈다.

형사들은 “한겨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홀로 암매장했다는 안씨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신이 산짐승에 의해 훼손되거나 세월이 흘러 시신이 흙처럼 완전히 삭았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가정도 있지만, 시신을 감쌌다는 이불보나 유골이라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떨어진다.

경찰은 안씨가 다른 곳에 시신을 유기했을 수 있다고 의심, 각종 수사기법을 통해 ‘진실’을 캐내려고 했다.

거짓말탐지기(폴리그래프)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최면수사까지 동원했지만 ‘안씨가 거짓말을 잘하고 임기응변에 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의 주장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은 내렸지만, 그가 거듭 암매장 장소로 진천 야산을 지목,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인 안양 시신이 발굴되는 것을 원치 않는 안씨가 의도적으로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경찰은 구속 시한에 걸려 안양 시신을 확보하지 못한 채 오는 28일 검찰에 이 사건을 송치한다.

경찰은 안씨에게 사체유기와 아동복지법상 폭행 혐의, 자살한 아내 한씨를 폭행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안양 시신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이번 사건이 법정에 가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가 한결같이 딸의 시신을 진천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진술해왔고 한씨의 메모장도 증거물로 인정될 수 있다”며 “안양 시신을 확보하지 못했어도 법정에서 안씨의 죄를 묻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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