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계부 폭행 증거 판단…내일 진천서 安양 시신 수습 작업 재개
친모의 학대 끝에 숨져 암매장된 안모(사망 당시 4세)양 사건과 관련, 안양이 숨지기 전 타박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안양에 대한 친모 한모(36·지난 18일 사망)씨와 계부 안모(38)씨의 학대 행위를 입증할 증거자료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찰은 이 사건의 최대 단서가 될 안양의 시신 수습 작업을 오는 25일 재개하기로 했다.
◇ 安양 2차례 타박상 진료기록…경찰, 계부 폭행 증거 판단
이 사건을 수사하는 청주 청원경찰서 곽재표 수사과장은 “안양이 집으로 돌아온 2011년 4월 이후 5월과 12월 11일 두 차례 타박상으로 병원치료를 받은 기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타박상은 다리를 다친 기록인데 부모의 학대 때문인지, 또 학대라면 한씨와 안씨 중 누구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의붓딸이 사망(2011년 12월 20일 전후로 추정)하기 열흘 전쯤 2차례 정도 폭행을 했다는 안씨의 진술을 토대로 그에게 폭행 혐의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숨진 한씨가 남긴 메모와 안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안양이 사망 전 친모로부터 상습적인 학대를 당했고, 계부도 일부 폭행한 적이 있음을 확인했다.
안양은 2011년 12월 중순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 머리를 3∼4차례 집어넣은 친모 한씨의 가혹 행위로 숨진 뒤 부모에 의해 암매장된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은 안씨에게 사체유기와 아동복지법상 폭행 혐의를 적용, 오는 26일 현장검증을 거쳐 이틀 뒤인 28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친모 한씨에 대해서는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자살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시신 수색 재개…안씨 여전히 진천 야산 지목
잠정 중단됐던 안양의 시신 수습 작업도 오는 25일 재개된다.
곽 과장은 “계부 안씨가 한결같이 의붓딸의 시신을 진천 야산에 묻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내일 시신 수색 작업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선 두 차례의 발굴 조사에서 성과가 없었는데 안씨도 답답해하는 등 시신을 찾고 싶어 하는 눈치”라며 “안씨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기억을 더듬을 수 있도록 오늘 그와 함께 사전 답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 과장은 또 “일단 수색 장소는 안씨가 말한 진천 야산이 되겠지만 사전 답사에서 안씨가 번복한다면 수색 장소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9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안씨가 줄곧 암매장 장소로 지목한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 야산을 집중 수색했지만 안양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
이후 안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지난 22일 그를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폴리그래프) 검사와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거짓 진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경찰은 안씨가 기존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수색 작업 재개를 결정했다.
◇ “불행, 다 네탓” ‘편집증’ 친모 안양 굶기고 구타
수사가 진행될수록 친모 한씨의 학대 정황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안양이 숨지기 전 2011년 6월부터 5∼6개월간 기록이 담긴 한씨의 메모를 분석한 경찰은 한씨가 편집증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곽 과장은 “한씨는 딸에 대한 증오와 원망이 커져 심지어 딸이 가정을 망쳤다고 생각했고, 이런 증오는 딸을 굶기거나 구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딸에 대한 증오 섞인 글들이 안양 사망 이후 기록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곽 과장은 “딸이 사라지고 난 후에는 안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딸 얘기밖에 없다”며 “이는 증오와 망상에 사로잡히는 일종의 편집증 증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씨가 남긴 메모 중 안양이 숨지기 전후일 것으로 추측되는 내용이 일부 뜯겨 나갔는데 이는 실종아동 전수조사가 진행됐을 당시 심리적 압박을 받은 한씨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한씨의 병원진료 기록을 확보, 정신과 치료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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