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지망생에게 대부업체 대출 강요해 돈뜯은 기획사 대표

가수 지망생에게 대부업체 대출 강요해 돈뜯은 기획사 대표

입력 2016-03-21 07:25
수정 2016-03-2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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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지망생들에게 대출을 받게 하고서 이를 가로채는 ‘갑질’을 한 연예기획사 대표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자신이 관리하는 가수 지망생에게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게 하거나 억지로 빚보증을 서도록 강요해 수천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조모(39·여)씨를 불구속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초부터 자신의 기획사 소속 가수 지망생 4명에게 대출을 받으라고 강요한 다음 이를 다시 빌리는 수법으로 한 사람당 적게는 1천만원에서 많게는 3천만원까지 모두 8천3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한때 가수로 활동하다 강남에서 음악연습실과 함께 작은 규모의 기획사를 운영하는 조씨는 피해자들에게 “열흘 후 해결해주겠다.”, “한 달 뒤에 갚겠다” 등으로 안심시켰다. 피해자들은 수차례 대출이나 현금서비스를 받고 빚보증을 서는 한편 자신의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조씨가 사용하도록 넘기기도 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조씨는 피해자들의 돈을 갚지 않고 연락을 피했고, 경제적 능력이 거의 없던 피해자들은 각자 수천만 원대의 빚을 떠안은 채 가족 도움을 받거나 막노동을 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이자를 갚기도 했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이들은 결국 지난해 말 조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피해자들이 조씨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들의 관계가 철저한 ‘갑을 관계’였기 때문이다. 22∼28세 가수 지망생인 피해자들은 수년간 조씨가 이끄는 공연팀에서 활동하며 꿈을 키웠고, 가끔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는 조씨의 지시를 철저히 따를수 밖에 없었다.

이들은 조씨의 지시나 권유로 전국 장터나 축제 등을 돌며 공연을 했지만 대가를 거의 받지 못했고 이에 대해 항의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조씨는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하며 “연습실 운영에 이익이 나지 않는 등 사업이 어려워 돈을 갚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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