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텍고 등 11곳 지시불이행” 시의회도 교장들 출석 요구하기로
서울디지텍고가 친일인명사전 구매를 거부한 데 이어 다른 10개 중·고교도 친일인명사전 구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서울시교육청이 이 학교들에 대해 감사를 검토 중이다. 서울시의회도 해당학교 교장에 대해 의회 출석을 요구키로 하는 등 친일인명사전을 둘러싼 대립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시교육청 관계자는 29일 “친일인명사전 예산은 서울시의회가 편성해 사용하도록 한 특수목적 경비로 이를 거부하는 것은 지시불이행에 해당될 수 있다”면서 “경위를 따져 학교의 소명이 미흡하면 감사를 통해서라도 거부 경위 등이 적절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친일인명사전 구매 예산 교부는 시의회가 예산을 편성한 특수목적성 사업으로, 일반 도서 구매와 달라 학교도서관진흥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교육부에 보냈다. 앞서 지난 11일 교육부는 “친일인명사전은 특정 단체에서 발간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다”며 “학교에 예산을 지급한 부분이 적절한지 검토하고 법령에 근거한 절차를 준수했는지 조사해 29일까지 보고하라”는 공문을 시교육청에 보낸 바 있다.
시교육청이 ‘감사’라는 강수를 검토하는 것은 친일인명사전 구매 거부 의사를 밝힌 학교가 갈수록 늘어나는 등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지난 2일 583개 관내 중·고교에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 3권짜리 한 질을 사도록 각각 30만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서울디지텍고가 이 예산을 시교육청에 반납하기로 한 데 이어 10개 중·고교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친일인명사전 예산을 편성한 서울시의회는 해당 학교장들에 대한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시의회 김문수 교육위원장은 “여야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의결한 목적사업비를 집행하지 않는 이유를 따져보겠다”며 “국·공립학교 교장은 공무원 신분으로 의회가 출석요구를 하면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에서 도서를 구입할 경우 학교도서관진흥법에 따라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등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03-01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