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일정 파행 부른 단원고 ‘추모교실’ 해법 없나

학사일정 파행 부른 단원고 ‘추모교실’ 해법 없나

입력 2016-02-16 22:55
수정 2016-02-1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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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치” vs “정리” 갈등 표출…등교거부 사태 우려

교육청 “정상화 원칙…무한정 기다릴 수 있나” 대책 부심

“학교는 추모 공간이 될 수 없습니다. 추모는 학교 밖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학교는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단원고 교육가족 호소문)

안산 단원고등학교 ‘추모교실’ 정리 여부를 놓고 결국 16일 재학생 학부모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열릴 예정이었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학부모 30여명이 물리력으로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2014년 11월 교실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학부모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교실 ‘존치’와 ‘정리’를 놓고 잠재했던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 유족 측과 재학생 학부모 간 갈등이 신입생 입학을 계기로 외부로 분출되고 말았다.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가 주축이 된 ‘단원고 교육가족’은 경기도교육청이 19일까지 확답을 제시하지 않으면 교직원과 추모교실 방문객을 포함한 모든 교내 출입을 저지하고 교육활동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교육과정 운영 파행을 무릅쓰고 사실상 모든 학사일정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학생 학부모들은 교실 문제가 학부모 간 갈등으로 비칠까 봐 그동안 집단행동이나 입장표명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그동안 자제했던 절박한 사정을 행동으로 옮기고 나섰다.

단원고는 3월 2일 신입생 304명(12학급)이 입학하게 돼 교실 8칸이 부족한 상황이다. 재학생 학부모들은 “교실 부족 문제보다는 존치교실 앞에서 아이들이 심리적 불안감, 우울감, 억압감, 죄책감, 표현의 제한 등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 어려운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들 학부모는 “학교는 희생된 학생들만 다녔던 곳이 아니라 다른 많은 학생이 학업을 이어가는 곳”이라며 “참사의 아픔과 교훈도 기억하고 추모도 해야 하지만 학업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희생된 학생들의 추모공간만 생각해 학교가 문을 닫을 수는 없다”며 “학년이 지나면 진급해야 하고 신입생을 받아야 학교의 기능과 전통을 이어갈 수 있다”고도 호소했다.

한 학부모는 “한창 밝게 웃고 떠들어야 할 아이들이 무거운 학교 분위기 속에서 얼음 같은 표정으로 숨소리를 죽이는 상황을 생각해보라”며 “우울감과 죄책감 등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거운 학교 분위기에 눌려 생활하는 아이들의 가슴에 멍이 들지 않겠는가”라며 “학교가 본래의 기능을 되찾고 후배들도 자신의 삶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 단원고 학교운영위원장은 “최소한의 교실 정리 기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교육청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대책이 안 나오면 재학생 방과후 수업을 거부하거나 교육청으로 등교시키겠다”고 말했다.

교실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감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등교 거부도 불사하겠다는 말이다.

그는 “지금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학교를 폐교하거나 전학시켜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오리엔테이션이 취소되자 일부 신입생 학부모는 “신입생들이 학교 측 설명을 듣고 판단할 기회를 물리적인 방법으로 뺏냐”며 불만을 표출했고, 일부는 학교 측에 전화를 걸어 앞으로 일정을 문의했다.

단원고 학부모회 측은 “지금 재학생도 어려운데 신입생마저 정상적인 교육이 어렵게 되는 사태를 막으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재학생과 신입생 학부모들은 17일 임시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반면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는 “단원고가 416교육체제의 중심에서 서서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지 않고 교실부터 빼내 기억을 지우려고 한다”며 교실 존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전히 세월호 참사 때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2014년 4월 16일 이전의 학교로 돌아가게 해달라며 세월호 지우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교무실이 있는 3층 공실 공간과 지하 1층을 활용해 재배치하면 3층에서만 적어도 7개 교실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교육청 한 관계자는 “지금도 일부는 창이 없는 복도공간과 특별교실을 교실로 활용하고 있다”며 “교실을 쪼개 사용하는 것은 정상화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정 교육감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단원고 교실 정상화에 대한 종전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교육감은 “졸업식(지난 1월 12일) 때까지만 (기억교실로) 유지하자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 교실은 본래의 교육 목적대로 써야 한다. (신입생 입학 때까지) 시간이 얼마 없지만 정상화를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해법으로 제시한 ‘사회적 합의’에 대해서도 교실 정상화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는 설명도 흘러나왔다.

강제 정리 가능성에 대해 교육청 내부에서는 “재학생 등교거부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무한정 기다릴 수 없지 않으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파국을 막으려면 제3의 절충안이라도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10개 교실 중 실종학생 4명이 사용하던 3개반 교실은 현 상태로 두고 나머지 7개 교실의 집기와 유품을 416민주시민교육원 완공 때(2019년)까지 안산교육지원청에 임시로 옮기는 방안도 거론된다.

‘기억교실’, ‘416교실’, ‘존치교실’로도 불리는 ‘추모교실’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 10칸을 말한다. 참사 이후 22개월간 책걸상과 집기가 그대로 보존된 상태에서 평일 일과 이후나 주말에 사전 신청하면 제한적으로 방문을 허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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