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리 공동범행…리는 처벌불가
법원이 1997년 22세 청년 조중필씨를 아무 이유없이 찔러 살해한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기소된 아더 존 패터슨(38)에 대해 법정 상한인 징역 20년을 선고했다.아더 존 패터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심규홍)는 29일 오후 2시부터 417호 대법정에서 조씨를 살해한 진범으로 기소된 패터슨의 유무죄를 가리기 위한 1심 선고 공판을 열고 검찰이 구형한 법정 상한인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패터슨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걸 목격했다는 공범 에드워드 리 진술이 신빙성 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18년 9개월 26일만이다.
재판부는 “사건이 일어난 화장실벽에 묻은 혈흔을 보면 가해자는 온몸과 오른손에 상당히 많은 양의 피가 묻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 직후 패터슨은 온몸에 피가 묻어 화장실에서 씻고 옷도 갈아입었지만, 리는 상의에 적은 양의 피가 뿌린 듯 묻어 있었다”며 “리가 피해자를 찔렀다는 패터슨의 진술은 객관적 증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리가 “패터슨에게 살인을 부추기고 앞장서서 화장실에 들어갔다”며 그 역시 살인의 공범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리는 이미 살인 혐의에 대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같은 혐의로는 처벌할 수 없다.
1997년 4월3일 오후 9시50분 17세였던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는 조씨가 살해된 이태원 햄버거집 화장실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다.
둘 중 한 명이 조씨를 죽인 것은 확실하지만 검찰은 리만 살인범으로 단독기소했다. 리는 1998년 법원에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흉기소지·증거인멸 혐의로 복역하다 1998년 사면된 패터슨은 검찰이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장기 미제 상태였던 이태원 살인사건은 2011년 5월 미국에서 패터슨이 체포되고 지난해 10월 도주 16년 만에 국내로 송환되면서 다시 법정으로 돌아왔다.
넉 달의 재판 동안 패터슨은 19년 전과 마찬가지로 현장에 함께 있던 리가 조씨를 찔렀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리도 유일한 ‘목격자’로서 법정에 나와 패터슨이 살해범이라고 증언했다.
패터슨은 선고 직후 얼굴이 다소 붉어진 듯했으나 큰 표정 변화는 없었다. 그는 검사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호송 인력과 함께 법정을 빠져나갔다.
약 2시간 이어진 선고 내내 손수건을 만지작거리던 피해자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씨는 재판부의 “유죄로 판단한다”는 말에 두 손을 바르르 떨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