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고함에 꼬리물기 경찰에게도 이러시나요

반말·고함에 꼬리물기 경찰에게도 이러시나요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16-01-18 22:34
수정 2016-01-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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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김희리 기자, 남대문경찰서 앞 교통정리 봉사체험 해보니

18일 오전 8시쯤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 차도. 모범택시 운전사 곽한복(73)씨가 경광봉으로 차량을 멈추자 운전자인 중년 여성은 “아저씨, 신호등도 똑바로 못 봐요? 저쪽에서 진입하는데 왜 막아요!”라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앞의 교차로가 막혀 꼬리물기를 막으려고 녹색 신호등임에도 정지를 요구했지만 설명할 틈도 없이 수신호를 무시하고 차량은 곽씨를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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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김희리(왼쪽) 기자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앞 교차로에서 교통정리 수신호 봉사 체험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모범운전자연합회 남대문지회 손광선 회장.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서울신문 김희리(왼쪽) 기자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앞 교차로에서 교통정리 수신호 봉사 체험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모범운전자연합회 남대문지회 손광선 회장.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그는 오히려 “교통정리 봉사만 18년째인데 서울역 고가 폐쇄 후 교통량이 급증하면서 거친 운전사들이 예전보다 늘었다”며 “정체가 심할 때는 용산역에서 서울역까지 1시간가량 걸리니 이해할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한파 때문에 차량이 평소보다 30%나 줄었지만 ‘러시아워’인 8시 30분쯤 동자동 교차로는 한강대로에서 통일로로 진입하는 차량으로 꽉 막혔다. 지난해 말 서울역 고가를 철거한 대신 통일로에서 퇴계로 방면으로 좌회전 차선을 만들면서 이 도로와 십자로 교차하는 한강대로가 막히는 것이다.

반말로 항의하는 운전자도 종종 있었다. 차도 옆 안전지대에 서서 교통정리를 했지만 막힌다며 안전지대를 침범해 주행하는 차 때문에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날카롭게 경적을 울리며 외려 봉사자들에게 비키라고 소리를 지르는 경우는 다반사였다.

모범운전자연합회 남대문지회 손광선(75) 회장은 “일부 ‘진상’ 운전자 중에는 정차 중인 차에 야광봉이 스치기만 해도 차에 흠집이 났으니 물어내라고 생떼를 부리는 일도 있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영하 5도의 매서운 날씨에 교통정리를 시작하기 전 모범운전사들은 저마다 권투 글러브를 방불케 하는 두툼한 장갑, 귀마개, 스누드 등 방한용품을 착용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칼바람을 맞으며 황량한 차로 한가운데에 서 있으니 한 시간도 안 돼 온몸이 어는 느낌이었다.

콧물이 얼굴에 차갑게 달라붙었다. 교통정리 경력만 21년차인 신선재(71)씨는 “통상 6시간 동안 화장실도 못 가고 추위를 온몸으로 맞으며 근무를 선다”며 “그나마 눈이나 비가 안 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속한 모범운전자연합회는 경찰, 헌병 등과 같이 교통 수신호권을 갖고 있다. 서울시내에 31개 지부가 있으며 경찰서나 지자체 등과 협조해 아침 7시 30분에서 9시까지 무료로 교통정리 봉사를 한다.

단, 남대문지부는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료 근무 중이다. 서울역 고가를 폐쇄한 이후 생긴 교통 체증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교통정리를 요청했다. 하루 6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며 시급은 1만 3500원이다. 이날만 오전과 오후에 각각 14명의 봉사자가 당번을 섰다.

신씨는 “그래도 평생 운전대를 잡은 우리 말고 누가 운전자들의 고충을 이해하겠냐”며 “아무리 추워도 비번이 되면 꿀맛 같은 휴식도 마다하고 도로로 뛰어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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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it@seoul.co.kr
2016-01-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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