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경찰, 인터넷 통해 범죄조직 잠입

영화 같은 경찰, 인터넷 통해 범죄조직 잠입

김학준 기자
입력 2016-01-07 15:21
수정 2016-01-0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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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범죄조직에 위장 가담해 활동하는 내용의 영화 ‘신세계’ 같은 일이 인천에서 벌어졌다.

인천 남부경찰서 수사과 지능1팀 하승진(45) 경위는 지난해 11월 태국 보이스피싱 조직원 5명을 구속했다. 하 경위는 이 가운데 국내 총책인 이모(28)씨를 구슬려 아이디를 알아낸 뒤 이씨의 아이디로 태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터넷망인 ‘큐규’에 접속, 자신이 이씨인 것처럼 행세했다. 조직원 모두 한국인이지만 이씨의 검거사실을 아직 모른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하 경위는 생리상 의심이 많은 조직원들을 완벽하게 속이기 위해 그들이 사용하는 은어를 알아내 사용했다. 오타가 없도록 글자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 또 하루도 빠짐없이 조직원들과 인터넷 대화를 함으로써 유대를 굳혔다. 이 과정에서 하 경위는 조직의 규모와 범죄수법 등을 파악해 나갔다. 하 경위를 진짜로 믿은 태국 본부조직은 하 경위에게 “한국에서 힘들게 일하지 말고 태국으로 와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중순 조직 총책이 “너 오래 쉬었으니 일 좀 하자.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하 경위가 자신의 거래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주자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보낸 1600만원과 280만원이 입금됐다. 이어 총책은 “사람을 보낼 테니 돈을 인출해 전달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하 경위는 이날 돈을 받으려고 인천 남구 학익동 모 은행 현금인출기에 나타난 국내 조직원 정모(25)씨 등 2명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하 경위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인터넷 대화를 할 때마다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내 연기가 그럴 듯했는지 전혀 의심을 받지 않았다”면서 웃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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