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2공항 용역보고서 7일 첫 공개…주민 걱정·의혹 해소될까

제주2공항 용역보고서 7일 첫 공개…주민 걱정·의혹 해소될까

입력 2016-01-06 10:41
수정 2016-01-0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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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제주도 현지 설명회…타 후보지 비교·분석 결과 ‘관심’ 환경 훼손 우려·대한항공 특혜 의혹 등 주민 주장도 해명할 듯

제주도와 국토교통부가 7일 성산읍 지역을 제2공항 건설의 최적 대안으로 제시한 ‘용역 최종보고서’를 공개하고 입지 선정 배경에 대한 설명회를 열기로 해 그동안 주민들이 제기했던 의문점이나 의혹이 얼마나 해소될지 주목된다.

제2공항 예정지에 포함된 성산읍 수산1리·신산리·난산리·온평리 주민들은 각각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여러 문제점과 우려, 의혹까지 제기하며 백지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성산읍 일대에 산재해 있는 용암동굴이 자칫 제2공항 건설로 훼손될 수도 있다는 점이 연구용역 과정에서 제대로 검토됐는지를 우선 묻고 있다.

수산1리 비상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과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항 예정부지 좌측 650m 거리에 천연기념물 467호인 수산굴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길이 총 4천765m인 수산굴은 세계에서 7번째, 국내에서는 3번째로 긴 동굴이다.

비대위는 수산굴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고 붕괴 위험이 크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특히 공사 중에 수산굴에서 뻗어나간 가지굴을 포함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용암동굴이 발견된다면 건설 공사를 중단하고 공항부지를 옮겨야 해서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최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용암동굴 파괴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보냈다.

신산리 주민들 역시 기자회견에서 “원희룡 지사는 제2공항 부지에서 가치 있는 동굴이 발견된다면 도가 먼저 부지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했다”며 성산읍 지역의 동굴군 조사를 촉구했다.

공항 북쪽의 제주시 구좌읍 하도 철새도래지가 황폐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수산1리 비대위는 “항공기 소음 때문에 철새들이 하도를 떠날 가능성이 크며, 항공기 이·착륙 때 ‘버드스트라이크’의 위험도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 의견 수렴 없이 기습적, 일방적 공항 부지를 발표한 것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평가기준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4개 마을 비대위는 공동 성명을 통해 “ICAO 평가기준에서 보면 이해 관계자들의 조언을 찾고 노력하는 것은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부동산 투기 때문에 비공개로 진행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민주주의적 절차보다 더 타당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원희룡 지사에게 “서귀포 강정마을에 들어서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을 주민 동의 없이 몰아붙였던 김태환 도지사는 2009년 주민소환 투표까지 진행된 바 있다”고 경고했다.

입지 선정 과정에서 대한항공 측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과 함께 서귀포시 표선면의 정석비행장을 제2공항으로 사용하거나 기존 제주공항을 확장하는 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수산1리 비대위는 “국토부 용역에 참가한 관계자에 따르면 정석비행장과 공역이 중첩된다는 이유로 제2공항 부지가 신산 해안형에서 온평 내륙형으로 옮겨졌다고 한다”며 “하루에 항공편 8편이 뜨는 공항 때문에 부지를 옮기는 것이 말이 되느냐. 대한항공 측의 편의를 봐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용역 총괄책임자인 김병종 교수가 속한 한국항공대의 재단 정석학원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과 대한항공 조원태 부사장이 이사로 있고 정석비행장은 항공대 학생들이 비행 훈련을 하는 곳이라는 점을 의혹의 고리로 꼽았다.

비대위는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이해 관계자를 배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7일 서귀포시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설명회를 열어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 최종보고서를 공개하고 주민이 제기하는 우려나 의혹에 대해 해명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성산읍이 기존 공항과 항공기 운항 경로가 겹치지 않고 기상·환경·접근성·확장성 등 여건이 다른 지역보다 좋아 제2공항 입지로 선정했다고 밝혔지만 제2공항 후보지로 거론됐던 다른 지역과의 구체적인 비교·분석 결과는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또 제2공항 건설 사업을 하게 될 국토부가 직접 설명회에 참석하는 만큼 주민 반발을 잠재울만한 재산권 피해 보상과 이주 대책 등이 제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온평리 비상대책위원회는 “형식적인 통과 의례”라고 비판하며 설명회에 불참하겠다고 밝혔으며, 수산1리·신산리·난산리는 설명회 직후 성산읍 제2공항 반대 위원회(가칭) 출범을 알리고 시민단체 등과의 연대를 통한 투쟁을 펼치겠다고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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