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타결 이후] 할머니들 “어느 나라 외교부냐” 외교차관 “사전협의 못해 송구”

[한·일 위안부 타결 이후] 할머니들 “어느 나라 외교부냐” 외교차관 “사전협의 못해 송구”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5-12-29 23:00
수정 2015-12-2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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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관, 정대협 쉼터·나눔의집 방문

할머니들의 표정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섭섭해하는 것 같기도 했고, 분노를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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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남(왼쪽) 외교부 제1차관이 29일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용수 할머니의 항의를 받자 앉아서 이야기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임성남(왼쪽) 외교부 제1차관이 29일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용수 할머니의 항의를 받자 앉아서 이야기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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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기 광주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집’에서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이 김군자(오른쪽 두 번째), 정복수(세번째) 할머니를 위로하고 있다. 그러나 할머니들의 표정은 싸늘하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29일 경기 광주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집’에서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이 김군자(오른쪽 두 번째), 정복수(세번째) 할머니를 위로하고 있다. 그러나 할머니들의 표정은 싸늘하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29일 오후 2시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 거실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9), 이용수(88), 길원옥(87) 할머니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전날 이뤄진 한·일 협상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이들은 정부 고위 당국자가 찾아온다는 소식에 되레 격앙돼 있었다.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이 쉼터 안으로 들어서자 이 할머니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당신 누구예요. 뭐하는 사람이에요. 대체 어느 나라 외교부예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과 협상을 한다고 미리 이야기는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역사의 산증인이 이렇게 살아있는데 어떻게 우리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임 차관을 향해 호통을 치던 이 할머니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김 할머니는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아베 일본 총리가 직접 ‘법적으로 우리가 잘못했다’고 사죄해야 한다”며 협상 내용에 대해 항의했다. 임 차관은 “그래서 뒤늦게라도 왔다”며 이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이후 1시간 동안 대화가 이어졌지만 할머니들의 표정과 생각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피해 할머니들이 있는 경기 광주 ‘나눔의 집’을 찾은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도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정부 마음대로 합의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쓴소리만 듣고 돌아섰다. 조 차관의 방문이 예정된 오후 2시 30분 이전부터 나눔의 집에는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강일출(87) 할머니는 “모든 걸 다 합의해 주고 이제 와서 우리들 손잡고 설명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정부의 뒤늦은 ‘성의’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조 차관은 “일본 정부가 할머니들이 입은 상처와 명예훼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인정했고, 아베 총리도 공식적으로 사죄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전협의가 없었던 점을 의식한 듯 “합의가 마무리된 후에 찾아뵐 수밖에 없었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차관의 짧은 설명이 할머니들의 상처를 달랠 순 없었다. 유희남(86) 할머니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법적 배상과 공식적인 사죄이지만, 어느 것 하나 합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이번 합의를 시작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엄이 회복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눔의 집을 떠났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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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5-12-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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