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 여중생 투신…法 “가해자 부모·市 1억 배상”

따돌림 여중생 투신…法 “가해자 부모·市 1억 배상”

입력 2015-12-01 08:44
수정 2015-12-0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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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부모 책임 20%…담임교사·교장 책임은 인정 안해

비가 내리던 2011년 11월18일 금요일 오후 11시30분.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 A(14)양은 학교에서 200m 떨어진 한 아파트 15층 옥상에 서 있었다.

A양은 싸늘한 늦가을 밤 허공을 향해 몸을 던졌다. ‘쿵’ 소리를 들은 경비원이 뛰어가 살폈지만 A양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A양이 자살 전 남긴 메모에는 같은 반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A양은 ‘그냥 나 죽으면 모두가 끝이야…이 복잡한 일들이 다 끝나’라고 적었다. 꽃을 채 피우기도 전 세상을 떠난 A양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해 3월 2학년 첫 학기가 시작될 때부터 반 아이 5명은 A양을 괴롭혔다. 필통으로 머리를 치고 주먹으로 어깨와 팔을 때렸다. 욕설도 했다. 가족여행을 간 사이에 책상을 엎고 서랍에 물을 부어 교과서를 다 젖게 만들었다.

A양은 항의했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휴대전화를 교실 히터 밑에 숨기고 A양이 선물로 받은 빼빼로를 가방에서 꺼내 훔치는 등 괴롭힘은 심해졌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집단 따돌림이었다.

부모는 학교를 찾았다. 교장을 만나 조치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딸이 계속 폭행을 당하자 담임교사에게 전화로 호소했다. 담임은 “싸우지 말라”는 훈계 외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괴롭힘이 이어져도 A양은 꿋꿋했다. 결석이나 지각도 없었고 집에서도 우울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학교 인성검사에서도 심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11월17일 벌어진 사건에 A양은 결국 시들어버렸다.

그날 4교시 체육 시간에 A양과 반 학우들은 공놀이를 했다. 공이 담 밖으로 넘어가자 A양이 주워왔다. 하지만 다른 공이었다. 학우들은 ‘공을 다시 가져오라’고 시켰지만 A양은 그냥 교실로 들어가버렸다.

A양을 괴롭히던 친구들은 다음날인 18일 A양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말싸움을 걸었다. 둘러싸고 위협하고 욕설을 했다. “계속 나대면 뒤진다”며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다. A양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A양은 그날 하교 후 투신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김용관 부장판사)는 A양의 부모와 동생이 가해자 5명의 부모와 담임·교장·서울시를 상대로 4억여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해자 부모와 서울시가 1억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A양이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자살에 이르게 됐다”면서도 “자살을 선택한 것은 A양의 선택이며, 자녀 보호의 양육에 관한 일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고 했다. 가해자 부모의 책임은 2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담임교사와 교장에 대해서도 A양에 대한 보호·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했지만 자살을 막을 순 없었던 만큼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다만, 공무원인 이들의 직무상 과실에 대해선 서울시가 2천1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A양을 괴롭혔던 가해 학생들은 모두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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