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은 숨고 국정원은 힘 빠져… ‘일감’ 없어진 검찰 공안부

친북은 숨고 국정원은 힘 빠져… ‘일감’ 없어진 검찰 공안부

이두걸 기자
이두걸 기자
입력 2015-11-23 22:56
수정 2015-11-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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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보법 위반 사범 34명… 전년 70명 대비 반토막 수준 왜?

북한 간첩조직과 국내 동조세력 등이 연루되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최근 크게 줄면서 검찰 공안부의 조직과 기능 재편 필요성이 검찰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대남공작 전술 및 국내 사정의 변화를 들어 대테러 업무 등으로 공안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도 변화하는 사건 수요에 맞게 업무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3일 서울신문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검찰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보법 위반 사범은 기소사건 기준으로 2013년 70명에서 지난해에는 절반 수준(34명)으로 줄었다. 올해도 10월까지 33명으로 지난해보다 크게 늘지 않았다.

전국 국보법 위반 사건의 90% 정도를 처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의 올해 대표적인 대공 기소 사례는 ‘황장엽 암살 미수 사건’이다. 하지만, 검거된 남한 공작원 일당이 북한 공작원과 공작금 규모로 갈등을 빚고 사기로 보일 만한 행적도 드러나는 등 기존의 ‘간첩 사건’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검찰 내부인사는 “전통적인 공안 영역의 사건이 줄어들면서 황교안 국무총리,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등 공안통 선배 검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현직 공안검사들은 ‘끼니’ 걱정을 할 정도라는 말도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공안당국은 최근 대공 사건이 줄어든 원인으로 북한 측을 따르거나 동조하는 국내 세력들의 약화를 꼽고 있다. 한 검사는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친북·종북 세력의 합법적인 활동 공간을 없애는 결정타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친북 세력에 대한 국민 여론이 돌아서면서 이들은 당분간 수면 밑에서 암중모색에 들어간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보안수사대와 더불어 일선 현장 대공 수사의 양대 축인 국가정보원의 힘이 약화된 것도 공안당국이 관련 사건 감소의 이유로 보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과 그 협력자가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국정원 직원들 사이에 ‘조직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졌고, 이것이 ‘소극적 활동’으로 이어졌다는 시각이 검찰 내에 퍼져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요원과 협력자가 유씨의 출입국 기록 등을 위조한 사실이 드러난 이후 중국 공안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국정원의 중국 내 ‘촉수’(중국 내 정보통)가 다 잘리면서 공안 수사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귀띔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최근 검거된 남파간첩의 경우 훈련을 받지 않은 비정예요원이 공작금이나 특별한 지령 없이 탈북자로 위장해 내려온다”면서 “소속 역시 대남 공작업무를 총괄하는 정찰총국이 아닌 국경수비대 격인 보위사령부 소속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공안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엄격해지면서 검찰의 기소가 소극적으로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테면 검찰은 2011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에서 반국가단체 혐의를 적용했지만 대법원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관련 인물의 컴퓨터 등에서 찾아낸 ‘대남 지령문’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안사건 감소에 대해 검찰은 해결책으로 법원행정처에 ‘공안전담재판부’의 신설을 요청한 상태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공안사건의 경우 반부패 사건과 유사하게 전담 재판부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최근 파리 테러 등을 계기로 공안 업무의 무게중심을 대테러 대응 등으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도 시민사회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테러 전쟁에 동맹국으로 포함돼 있는 우리나라는 더이상 ‘테러 청정국’이라고 안심할 수 없는 만큼, 공안 조직은 이름 그대로 ‘공적 안전을 도모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한 검사는 “이미 검찰 공안 조직이 대공 중심에서 선거나 집회·시위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변호사는 “달라진 시대에 맞게 공안 인력을 축소하고, 대공 대신 대테러 등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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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2015-11-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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