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게 된 ‘호구’씨…성공한 ‘아섭’씨
그는 ‘밑져야 본전’이란 심정으로 2009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개명(改名)을 신청, 법원의 허가를 받았다. 이후 손 선수는 팀을 넘어 국내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 겸 외야수로 발돋움했다. 그를 ‘성공 모델’로 삼은 야구 선수들의 개명 신청도 이어졌다. 손 선수 이후 롯데에서만 6명의 선수가 이름을 바꿨다.
●대법 “행복추구권” 2005년부터 폭넓게 허용
16일 대법원에 따르면 프로야구 선수들이 이름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2005년 11월 대법원에서 개명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은 게 계기가 됐다. 당시 대법원은 개명을 신청한 구모씨 재판에서 “개인의 이름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명 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는 개인의 주관적인 의사가 중시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범죄를 은폐하거나 법령상 제한을 피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게 새로운 기준이 됐다. 이후 반응은 뜨거웠다. 2005년 한 해 7만 2833명이었던 개명 신청인은 2009년 17만 4902명까지 치솟았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평균 16만여명, 하루 평균 430여명이 개명을 신청했다. 개명 허가율도 1990년대 70% 안팎에서 최근에는 95%가량으로 상승했다.
개명 신청 사유는 출생신고서에 이름이 잘못 기재된 단순 실수가 가장 많았다. 한자 ‘넓을 홍’(弘)을 ‘큰물 홍’(洪)으로 쓰거나 한글 이름 방그레를 방그래로 쓴 경우 등이다. 의미나 발음이 나쁘거나 놀림감이 되는 경우도 개명의 대표적인 사례다. 서동개, 김치국, 강도년, 경운기, 강호구 등이 실제 개명이 허가된 이름이다. 강호순 등 흉악범과 이름이 같아 개명하려는 신청인들도 상당했다.
●男 민준>현우>정우… 女 수연>지원>서연 ‘인기’
한편 올해 6월 기준으로 개명할 때 가장 인기 있는 이름으로 남자는 민준, 여자는 수연이었다. 남자는 민준에 이어 현우·정우·서준·도현 순으로, 여자는 수연 외에 지원·서연·서영·서윤 순으로 인기가 높았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5-08-17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