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식히는 선풍기·안개 분무기 기본, 열기 차단 ‘쿨링패드’도 등장 “식욕 떨어지면 생육 지장” 영양 만점 보양식 공급’식사 시간’ 조절
찌는 듯한 ‘가마솥 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축산농가들이 가축 보호를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뜨겁게 달궈진 축사 온도를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체력이 떨어진 가축들에게 보양식을 챙기면서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에서 한우를 키우는 강호성(64)씨는 요즘 축사 5개 동에서 대형 선풍기를 쉴 틈 없이 돌리고 있다.
소가 더위에 지치면 먹이를 먹지않고 스트레스를 받아 생육에도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폐사에 이를 수도 있어 축사 안 온도를 35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루 중 더위가 최고조에 이르는 오후 2∼5시 사이에는 축사 천장에 설치한 안개 분무기를 튼다.
이렇게 20분 정도 시원한 물을 분사하면 축사 내 온도가 7∼8도 정도 떨어진다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더위에 지쳐 입맛이 떨어진 소들에게 식욕을 돋게 하는 ‘특식’이 빠질 수 없다.
강씨는 무더운 여름철에는 쌀겨, 싸라기, 보릿겨, 율무, 깻묵, 비지, 당근, 설탕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발효시킨 ‘보양식’을 소들에게 먹인다.
평소 사료를 먹는 이곳 250마리 소들에게는 영양 만점의 여름철 별식인 셈이다.
돼지 4천마리를 기르는 김은기(48)씨는 축사에 특수제작한 ‘쿨링패드’를 설치했다.
축사 벽면에 가로 15m, 세로 1.2m 크기의 종이 패드를 붙인 뒤 펌프를 이용해 시원한 지하수로 적셔주는 방식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뜨거운 바람이 이 패드를 통과하면서 시원하게 변해 돼지들의 더위를 식혀준다.
일종의 자연산 에어컨인데 효과가 만점이라 한여름에도 축사 안 온도를 28∼29도 수준으로 유지해 준다.
폭염은 돼지들의 식사시간도 바꿔 놓았다.
기온이 오르면 돼지의 사료 섭취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조금이라도 더 선선한 시간대인 오전 6시께 먹이를 준다.
다른 계절과 비교하면 3시간이 앞당긴 시각이다.
김씨는 “저녁에는 아침과 반대로 평소보다 2시간가량 늦춰 먹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더위에 가장 속을 태우는 곳은 닭과 오리를 키우는 양계농가다.
지난달 30일부터 최근까지 충북에서만 닭 수만 마리가 더위를 견디지 못해 폐사하면서 양계농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다른 축산농가에 비해 양계농가는 영세한 곳이 많아 더위를 식히는 시설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는 터라 피해도 많은 편이라는 게 청주시 관계자의 전언이다.
양계농가는 24시간 선풍기를 틀고, 양계장 외벽과 지붕에 찬물을 수시로 뿌려가며 불볕 더위에 뜨겁게 달궈진 축사 온도를 끌어내리려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청주시는 폭염으로 인한 가축 품질 저하와 폐사를 예방하기 위해 축산농가에 대형 선풍기 700대와 안개 분무시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
청주시 축산과 관계자는 “닭이나 오리는 좁은 우리에 많은 개체 수가 밀집돼 있어 더위에 특히 취약하다”며 “지붕에 차광막을 쳐서 햇볕을 막는 한편 축사 내부 공기 순환시키고 신선한 물 공급을 지속적으로 해주는 등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