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활동한다며 계속 드나들어…피해자 격리 ‘허술’ 논란
자신이 가르치던 고등학교의 여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교사가 동호회 활동을 이유로 수시로 학교에 드나든 것으로 드러났다.성추행 혐의를 받는 가해 교사와 피해 학생들의 격리 조치에 ‘구멍’이 뚫리면서 당국이 성범죄 사안 처리의 기본도 지키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의 한 공립 고교 교사 C씨는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직위 해제된 기간에도 배드민턴 동호회 활동을 한다며 수시로 학교에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사는 올 2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 중 최소 6명의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한 피해 학생 학부모로부터 경찰에 고발됐다. 사건은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가 맡아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됐다.
교육청은 사건이 불거지자 C 교사를 4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직위해제했다. 현행법상 공무원의 직위해제는 기소되지 않는 한 3개월까지만 가능하다.
C씨는 직위해제가 종료되자 복직하고서 곧바로 병가를 내고 현재 학교에는 출근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C씨는 자신이 활동하던 이 학교 교사들의 배드민턴 모임에 참석한다며 직위해제 기간에도 수시로 학교에 드나들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동호회 활동을 이유로 학교에 드나들고, 5월에는 동호회가 학교 주차장에서 마련한 행사에도 참석했다는 진술이 확보돼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C씨가 피해 학생들과 충분히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학교 측은 별다른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사는 학교를 드나들며 다른 학생들로부터 자신의 선처를 원한다는 탄원서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학부모가 직접 경찰에 C씨를 고발하기까지 별다른 조처도 하지 않았다.
현행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르면 학내 성폭력 사건 발생시 교장 등 책임자는 즉각 사안을 사법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이 학교 교장은 교사들의 교내 연쇄 성추행 의혹에 적절히 대처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 교육청으로부터 최근 직무 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교장은 동료 여교사를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교육청은 학교장과 C 교사 등 교내 성추행 또는 성희롱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을 상대로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나서 추가 가해 정황이 드러나면 수사기관에 통보할 방침이다.
학교 측과 교육지원청, 교육청 담당부서의 초기 대응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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