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갖춰라” 법원 첫 판결

“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갖춰라” 법원 첫 판결

입력 2015-07-10 11:36
수정 2015-07-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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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단체 일부 승소…저상버스 마련 요구는 기각

장애인을 위해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에도 휠체어 승강 설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요구를 법원이 처음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서울중앙법원 민사합의46부(지영난 부장판사)는 10일 뇌병변장애를 앓는 김모씨 등 5명이 정부와 서울시·경기도, 버스회사 2곳 등을 상대로 낸 차별 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금호고속은 시외버스에, 명성운수는 시외버스 등 광역급행형, 직행좌석형, 좌석형 버스에 장애인 원고 3명이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라”고 밝혔다.

다만,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시외·고속버스에 대한 저상버스 도입계획을 수립해달라’고 한 원고들의 요구는 저상버스 도입이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상 의무는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됐다.

재판부는 또 원고 중 장애인이 아닌 고령자와 영유아 동반자가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아 입은 피해를 보상하라’며 낸 청구도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전국 고속·시외버스 9천500여대 중에는 휠체어가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저상버스는 한 대도 없으며 휠체어 승강 설비도 마련돼 있지 않다. 설이나 추석에 고향에 가려 해도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장애인 단체들은 대중교통인 고속·시외버스 이용에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며 작년 3월 휠체어 이용 장애인 등을 원고로 저상버스 및 휠체어 승강설비 도입과 그간의 피해를 보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선고 직후 법원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승강설비 설치 지시는 환영하지만 여전히 장애인 등 교통 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태곤 소장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빠지고 민간사업자 2곳에만 미약하게 차별을 시정하라고 한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국가가 책임을 다할 때까지 끝까지 소송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2008년 시각장애인 4명은 청계천과 주변 시설에 자유롭게 접근하기 어렵다며 서울시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기각됐다. 2013년에도 장애인 5명이 저상버스 도입을 주장하며 국가와 법정다툼을 벌였지만 패소했다.

올해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미국, 영국은 모든 고속버스에 휠체어 승강 설비를 100% 설치했다”며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리프트 등 승강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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