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튀는 경찰 음주측정 방식 ‘메르스 전파’ 우려

침 튀는 경찰 음주측정 방식 ‘메르스 전파’ 우려

입력 2015-06-04 14:26
업데이트 2015-06-0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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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 않아 위생 엉망…운전자들 “불쾌하고 불안”

중동 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감지기에 입을 갖다대고 부는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방식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부산에 사는 이모(38·여)씨는 3일 밤 귀갓길에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관과 맞닥뜨렸다.

이씨는 경찰이 들이댄 음주 감지기에 ‘후∼’ 하고 바람을 불었는데 소리가 나지 않자 다시 한번 입을 가까이 대고 불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침에 의해 메르스가 전염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누구의 침이 묻었을지도 모르는 음주 감지기에 입을 갖다대는 것이 매우 불쾌하고 불안했다”며 “음주단속을 안할 수는 없겠지만 감염 예방이 우선 아니냐”고 말했다.

음주단속에 나서는 경찰관들에 따르면 예전에는 단속에 기꺼이 응하던 시민이 최근 불만을 표시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부산의 한 경찰서 교통안전계 직원은 “운전자들이 음주감지기와 멀리 떨어지려고 하거나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음주여부를 1차로 판별하는 음주감지기에는 운전자가 직접 입으로 바람을 부는 과정에서 침이 묻을 확률이 높고 신체 일부가 감지기에 닿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메르스는 침이나 접촉이 주요 감염 경로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선 경찰의 음주감지기 관리는 엉망이다.

부산의 한 경찰서는 음주감지기를 교체한 뒤 수년째 소독 한번 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 음주감지기를 사용 전에 소독하거나, 1회용 캡을 씌우거나, 메르스 사태가 소강국면에 접어들 때까지 음주운전 단속을 자제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려대 감염내과 교수)은 “메르스 환자가 한밤 중에 차량을 운전할 가능성은 낮겠지만 음주단속 과정에서 침이 감지기에 튈 경우 메르스나 결핵 등의 호흡기 질환에 충분히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며 “감지기를 소독하거나 앞 사람의 타액을 닦아내는 조치를 하는 동시에 단속하는 경찰관도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음주측정기로 인한 메르스 감염 우려가 제기되자 부산경찰청은 음주 운전 징후가 있는 운전자에 대해 선별적으로 음주 측정을 한다고 4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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