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5·18 추모제… “광주정신을 후손들에게… ”

눈물의 5·18 추모제… “광주정신을 후손들에게… ”

입력 2015-05-17 13:32
수정 2015-05-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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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뒷자리에서 총검에 찔려 울부짖던 여고생 박현숙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 이제야 다시 와서 죄송합니다.”

5·18 민주화운동 제35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유족과 추모객들의 눈물 속에 추모제가 거행됐다.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오월 어머니들이 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오월 어머니들이 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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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한 어머니가 아들의 묘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한 어머니가 아들의 묘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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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 시작 전부터 묘역 한쪽을 서성거리던 홍금숙(52·여)씨는 주먹밥 나눔 등에 동참하다가 계엄군의 총격에 희생된 박현숙(1980년 당시 고3·18)양의 언니 박현옥씨의 얼굴을 보고 눈물을 쏟았다.

홍씨는 시민군의 저항에 광주 외곽으로 퇴각한 계엄군이 1980년 5월 23일 광주와 화순 경계 지역을 오가는 차량을 무차별 총격했던 ‘주남마을 학살’ 당시 탑승자 18명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고 밝혔다.

당시 고2였던 홍씨는 “미니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있는데 계엄군이 차를 세우고 무기를 버리라고 했다. 차에 탄 사람들이 시키는대로 하고 여자들은 살려달라고 손수건을 흔들었지만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홍씨는 “가운데쯤 있었던 나만 살고 모두 버스 안에서 총에 맞거나 끌려가 죽임을 당했다”며 “내 뒤에 앉았던 박현숙이 울부짖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울먹였다.

홍씨는 당시 부상한 채 계엄군에 끌려가 인근 산에 감금당했다가 보안대로 끌려갔다.

홍씨는 1983년 망월동 구 묘역을 찾아 희생자들을 기렸고 이후에도 홀로 조용히 추모하다가 이날 32년 만에 박현숙양의 언니와 재회했다.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의 주관으로 열린 추모제는 정춘식 유족회장, 김후식 부상자회장, 양희승 구속부상자회장 등 5월 단체 대표들이 각각 초헌, 아헌, 종헌관을 맡아 전통제례로 치러졌다.

이어 같은 장소에서 유족들과 윤장현 광주시장, 조영표 광주시의회 의장, 강기정·박혜자·임내현·장병완 국회의원, 강운태 전 광주시장 등 5월 단체 관계자 등의 참여 속에 추모식이 열렸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추모사를 통해 “80년 5월 ‘광주 정신’은 불의를 참지 못한 민중들의 정의로운 외침이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며 “이제는 소수와 약자를 끌어안고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며 사회 대통합을 이루는 것으로 ‘광주 정신’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춘식 5·18 유족회장은 “일부 세력의 왜곡과 폄하가 끊이질 않고 정부도 이를 빌미로 5월의 정신이 담긴 ‘님을을 위한 행진곡’을 5월의 노래로 지정해주지 않고 기념식에서 제창조차 할 수 없게 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5월의 노래로서 당당하게 전국에 울려퍼지게 하자”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일어나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헌화와 참배를 끝으로 추모행사를 마쳤다.

이제는 70∼80대 노인이 된 5월 어머니집 회원들은 흰 소복을 입고 묘지를 찾아 젊은 날 먼저 떠나보낸 자녀들의 묘비 앞에 주저앉아 한참을 눈물로 지새우기도 했다.

한편 국가보훈처가 기념식을 앞두고 묘지 일내에 내건 ‘5·18정신으로 갈등과 분열을 넘어 미래로 통일로’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이날 오전 추모제 시작 전 모두 철거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등 수년째 기념식과 국민 여론 분열을 조장해온 보훈처가 이런 내용의 현수막을 건 것은 부적절하다며 철거를 요구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한 중년 남성이 현수막 내용에 대해 항의하며 현수막을 커터칼로 찢었다. 유족들의 철거 요구도 잇따라 충돌을 우려해 추모제와 추모식이 열리는 동안 모두 임시 철거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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