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女 성폭행 사장, 돈주며 한다는 소리가…충격

탈북女 성폭행 사장, 돈주며 한다는 소리가…충격

입력 2015-03-29 14:01
수정 2015-04-0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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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화 미래한반도여성협회장 “탈북여성 기댈 곳 없어 이중고”

탈북여성 김 씨는 작년 한국에 들어온 지 2년도 채 안 돼 자신을 고용한 사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녀는 출근도 하지 못한 채 수치심과 분노에 몸을 떨었지만 차마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다.

성범죄 자체가 생소한 탈북 여성에게 피해 사실을 제삼자에게 털어놓는다는 건 상상조차 어려운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아직 적응하지 못한 이 땅에서 ‘성폭행 피해자’로 다른 사람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다는 게 두려웠다.

주위를 둘러봐도 이런 고민을 속시원히 털어놓을 친구 한 명 찾기 어려운 현실은 그녀를 더욱 작아지게 만들었다.

결국 “내 아내가 알 수 있으니 더는 시끄럽게 하지 마라”는 가해 남성의 강압과 회유에 떠밀려 김 씨는 그가 건넨 돈을 받고 원치않는 합의를 해야 했다.

탈북자단체인 미래한반도여성협회 남영화(46·여) 회장은 탈북여성이 성폭력·가정폭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무관심을 들었다.

’탈북여성은 피해를 당해도 대처법을 잘 모른다’는 편견 탓에 다른 이주민 여성처럼 탈북여성도 ‘만만한’ 폭행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죽기 전까지 고향 땅을 밟지 못할 수 있다’는 절망과 외로움은 피해 여성들을 더 깊은 고통으로 밀어 넣는다고 남 회장은 강조했다.

남 회장은 “다문화여성들은 가족과 전화를 할 수 있고 언젠가 고향에 갈 수 있다는 희망도 있지만 탈북여성에게는 꿈같은 얘기”라며 “다문화정책에 탈북여성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지만 탈북여성은 다문화 여성과 다른 돌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한반도여성협회는 지난 21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국내 처음으로 탈북여성 전용 상담소((☎02-2655-1365)를 개소하고 탈북여성을 위한 각종 폭력상담, 취업 지원 등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남 회장은 2007년부터 탈북자를 상대로 한 IT교육 강사로 활동하면서 탈북여성 상담소의 필요성을 절감했지만 무관심과 편견 탓에 개소는 쉽지 않았다.

특히 사무실 임대, 상담원 교육 등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뜻있는 분들의 재능기부나 자비로 충당해야 했다.

남 회장은 아직 상담소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각종 폭력과 외로움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탈북여성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탈북자들은 죽어서 뼈가 잿가루가 돼서도 고향에 있는 부모·형제를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우리 스스로 탈북 여성을 돌봐줄 수 있는 시스템은 그래서 절실합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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