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사라지는 아파트 놀이터…상처받는 동심

슬그머니 사라지는 아파트 놀이터…상처받는 동심

입력 2015-03-17 15:36
수정 2015-03-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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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

2008년 1월 제정된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7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1월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법은 설치 검사를 받지 않고 어린이들이 이용하도록 한 놀이시설 관리 주체에 대해 1년 이하 징역에 처하거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이런 탓에 청주 지역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개·보수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어린이 놀이터를 잇따라 임시 폐쇄하고 있다.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것은 오갈 데 없는 어린이들이다.

17일 오전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놀이터 주변에는 공사장에서나 볼 수 있는 ‘안전제일’이라는 출입 통제선이 처져 있었다.

오는 31일까지 임시 폐쇄한다는 내용의 현수막도 내걸렸다.

놀이터 시설은 모두 사라졌다.

1994년 지어진 이 아파트 단지 내에는 이 놀이터를 포함해 2개의 놀이터가 있다.

2곳 모두 관리사무소가 임시로 폐쇄한 상태다.

이 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인근 아파트의 놀이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청주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 공동주택에 설치된 놀이터 626곳 가운데 시설 노후 등의 이유로 이용이 금지되거나 임시 폐쇄된 곳은 57곳에 달한다.

청주시도 어린이들이 맘 놓고 뛰어놀 수 있도록 하고자 2012년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놀이터 개·보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36개 단지에 적게는 1천만원씩, 많게는 2천만원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원금이 턱없이 적어 소규모 영세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는 시설 개·보수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놀이터를 새로 만들려고 견적을 뽑아보니 9천만원이나 나왔다”라며 “좋은 시설을 만들려면 관리비 인상이 필수적인데 주민 반발이 예상돼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한 주민은 “얼마 전 집 앞 놀이터가 철거되면서 아이가 큰길을 건너 이웃 아파트 단지 놀이터로 놀러 가고 있다”며 시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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