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는 죽었다” 상여 멘 연극인들

“대학로는 죽었다” 상여 멘 연극인들

윤수경 기자
윤수경 기자
입력 2015-03-12 00:20
수정 2015-03-12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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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전통 ‘대학로극장’ 폐관 위기…100만원 오른 월세 440만원 못 내면 거리로

“오늘 대학로는 죽었습니다.”

1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 꽃샘추위로 잔뜩 움츠러든 거리에 김의경 연출가를 비롯해 200여명의 연극인이 상주(喪主)를 자처하며 나섰다. 결연한 표정의 연극인들 뒤로는 곱게 단장한 상여가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상여 앞에 선 ‘대학로극장’의 정재진 대표는 “한국 연극 문화의 산실인 대학로의 소극장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있다”며 “평생 연극만 바라보고 살아온 연극인들이 치솟는 임대료에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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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상주 복장을 한 정재진(가운데) 대학로극장 대표가 길거리로 나앉게 된 연극인의 현실을 시민들에게 전하고 있다.
11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상주 복장을 한 정재진(가운데) 대학로극장 대표가 길거리로 나앉게 된 연극인의 현실을 시민들에게 전하고 있다.
●치솟는 임대료에 남은 소극장들도 폐관 압박

연극인이 거리로 나온 까닭은 1987년 개관해 28년간 대학로를 지켜온 ‘대학로극장’이 폐관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198㎥(60평), 130여석 규모의 대학로극장은 1990년대 창작극 ‘불 좀 꺼주세요’를 3년 6개월 동안 장기 공연하며 2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대학로 소극장 가운데 샘터파랑새극장(1984년 개관), 연우소극장(1987년 개관)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래됐다. 1994년 ‘서울 정도 600년 사업’의 하나였던 타임캡슐에 서울의 상징물 중 하나로 이 극장과 공연 자료가 담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건물주가 월 340만원이던 임대료를 440만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면서부터 상황이 심각해졌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며 근근이 버티던 정 대표에게 월 100만원 인상은 ‘나가라’는 얘기나 다름없었다. 정 대표는 “이달 초 막을 내린 ‘관객모독’은 첫 달 수입이 400만원에 불과해 배우들 출연료 주기도 버거운 실정”이라며 “한 작품이 망하면 휘청하고, 두 작품 연거푸 망하면 사채까지 쓰는 게 대학로 연극판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치솟는 임대료는 ‘대학로극장’만의 고통이 아니다. 한때 200여개에 달하던 대학로의 소극장은 현재 160여개로 줄어들었다. 연극 ‘품바’로 유명한 상상아트홀은 25년 역사를 뒤로하고 지난 1월 문을 닫았다. 상상아트홀 박정재(53·여) 대표는 “품바 전용 상설극장으로서 자부심은커녕 연극인들이 꾸던 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소극장 ‘꿈꾸는 공작소’ 역시 급격히 오른 임대료에 폐관 압박을 받고 있다.

●“문화지구 선정, 대형극장·건물주만 배불려”

연극인들은 서울시의 ‘문화지구’ 지정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돼 대기업이 운영하는 중대형 극장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임대료와 대관료 상승만 낳았다는 것이다. 정대경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은 “문화지구 지정에 따른 세금 감면과 용적률 혜택, 융자 지원 등 건물주만 덕을 보고 있다”며 “서울시는 연극인들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 사진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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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15-03-1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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