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은 높다는데 왜 춥지?” 체감온도의 비밀

“기온은 높다는데 왜 춥지?” 체감온도의 비밀

입력 2015-02-08 11:05
수정 2015-02-0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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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형 지수라는 한계…”한국형 지수 개발 필요”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춥겠습니다.”

기상청이 예보한 8일 날씨다. 기온이 같더라도 바람과 습도, 햇볕의 세기 등에 따라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기온은 달라 예보에는 ‘체감기온’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지난 4일 한낮 기온이 4.8도까지 올랐던 서울의 경우 평년보다 기온이 1.7도 높았지만 체감온도는 1도에 그쳤다. 초속 5m의 바람이 불어 일반인이 느끼기에는 제법 쌀쌀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일반 기온은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 잔디밭에 설치된 백엽상 속 온도계로 측정한 값이어서 서울 여러 다른 지역에서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기온과는 차이가 있다.

현재 기상청이 생활기상예보에 활용하는 체감온도지수(WCTI)는 미국 기상청과 캐나다 기상 서비스 공동연구팀인 ‘JAG/TI’가 개발한 계산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계산식은 캐나다 성인 12명의 코, 이마, 뺨, 귀에 센서를 붙이고 기온과 바람의 속도를 다르게 했을 때 피부의 온도와 열손실 정도를 토대로 설계됐다.

미국 등지를 중심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수이지만, 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서양인의 신체특징을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한국인의 신체와 기후에 맞는 지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제대 박종길 교수 등이 2007∼2008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JAG/TI의 연구모델은 기온이 영상일 때보다 영하일 때 바람의 영향이 증가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기온이 영하 5도 이하일 때 바람이 체감온도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팀은 영상 5도의 환경에서 우리나라 성인 남녀 12명의 이마, 양쪽 뺨, 턱에 센서를 붙이고 바람을 달리해 실험을 진행했다.

이 결과 남녀의 체감온도도 미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높은 피부 초기온도를 가지는 데다 노출 시간에 따라 감소폭도 적어 남성이 여성보다 추위에 둔감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여성의 피부 온도는 남성보다 최대 2도가량 낮았다.

얼굴 부위별로 피부 온도는 이마, 턱, 왼뺨, 오른 뺨 순으로 높았다.

이렇듯 우리나라 기후 환경에 맞고 남녀별, 신체부위별 체감하는 온도의 미세한 차이까지 반영한 지수를 개발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사람마다 느끼는 추위 정도가 다르므로 체감온도는 예보의 중요한 요소”라며 “아직은 미국형 지수를 사용하는 데 만족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형 체감온도 지수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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