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으로는 이례적…국회 회기중 아니어서 가능
철도비리 혐의로 기소된 송광호(73) 새누리당 의원이 30일 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불구속 기소됐던 현역 국회의원이 법정구속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9대 국회의원 가운데는 무소속 박주선,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이어 세 번째다.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현역 국회의원인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까지는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13년 9월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한명숙(71) 전 총리도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법원은 현직 의원이라는 점을 들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날 송 의원의 심리를 맡은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는 만큼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법정구속한다”며 송 의원을 ‘영어의 몸’으로 만들었다.
감색 양복에 푸른색 셔츠,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법정에 선 송 의원은 법정구속이 선고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구속 전 떨리는 목소리로 “사법부가 판단한 내용을 보면 객관적인 상황에서 제대로 보셨는지 의문이 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손까지 떨며 말을 마친 송 의원은 입고 온 옷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법정경위에게 묻는 등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비리혐의로 구속기소됐던 같은 당 조현룡(70)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50)의원이 각각 징역 5년과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불구속 기소됐던 송 의원마저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법원이 현역 의원이라고 하더라도 유죄가 인정되면 엄정하게 처벌한다는 기조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국회는 앞서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던 터라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검찰은 당초 철도부품업체에서 11차례에 걸쳐 6천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송 의원에 대해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영장을 청구했지만, 국회 회기 중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에 따라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는 체포나 구금되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9월 국회는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총투표 수 223표 가운데 찬성 73표, 반대 118표, 기권 8표, 무효 24표로 부결시켰다.
현역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2012년 정두언 의원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었다.
때문에 ‘동료 감싸기’가 아니냐는 국민적 비난이 일었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나서서 사과한 데 이어 불체포 특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일었다.
이날 법원이 송 의원을 곧바로 법정구속할 수 있었던 것도 국회가 회기중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회기 중이었다면 또다시 국회에 체포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내달 2일 임시국회가 시작되기 때문에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국회법 28조와 헌법 44조에 따르면 국회는 회기가 시작한 뒤 국회의원 4분의 1 이상의 발의로 구금된 의원의 석방요구를 발의할 수 있다.
국회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가운데, 출석의원 과반수의 의결로 석방이 요구되면 형사소송법 101조에 따라 법원의 별도 판단 없이 구속영장 집행이 정지돼 풀려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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