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악몽…4년전 소·돼지 20만여마리 살처분·400억대 피해
범정부 차원에서 지난 7일 실시한 ‘전국 일제 소독의 날’을 비웃기라도 하듯 축산도시 경기도 안성에서 8일 또다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돼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죽산면 장계리 돼지 사육농장은 지난 6일 구제역이 발생한 장원리 소 사육농장과 불과 3㎞도 떨어지지 않은 옆 동네여서 방역과 백신접종에도 구제역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8일 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0분께 장계리 김모씨 돼지농장에서 사육 중인 출하단계의 어미돼지 5마리에서 구제역 의심증세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들 돼지는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일어나지 못하는 ‘기립불능’ 증세를 보였다.
시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혈청 등 시료검사를 의뢰했다.
해당 농장은 비육돈 1천235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지난달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진천과 음성의 농장으로부터 10여㎞, 지난 6일 소 구제역이 발생한 장원리 농장과는 3㎞도 떨어지지 않은 바로 옆 동네에 위치하고 있다.
더구나 해당 농장은 지난달 19일과 이달 초 두차례에 걸쳐 구제역 예방백신을 접종했고 지난 6일 인근 장원리 소 사육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대대적으로 방역활동을 펼친 곳이다.
이에 따라 안성지역 축산농민들은 소와 돼지를 가리지 않고 구제역이 확산됐던 지난 2010∼2011년의 악몽을 떠올리며 긴장하고 있다.
한 축산농민은 “올겨울 구제역 소식을 접한 이후 매일 축사주변을 소독하고 모든 가축에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구제역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며 “소독과 백신으로도 예방을 못 한다면 큰일이 아니냐”고 불안해했다.
이에 대해 김성식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장은 “백신을 접종하고 항체가 형성됐더라도 강한 바이러스가 침투할 경우 건강하지 못한 소나 돼지는 구제역에 걸릴 수 있다”며 “구제역 확산을 막으려면 철저한 소독과 백신접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안성시는 150여 농가에서 돼지 29만여마리를, 1천900여 농가에서 소 10만여마리를 사육하는 대표적인 축산도시여서 구제역이 확산될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 돼지 20만6천마리와 소 1천600마리를 살처분, 400억원이 넘는 피해를 본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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