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박관천, 스폰서로 박동열 전 청장 지목…검찰, 문건 신빙성 최종 점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의 실체를 수사 중인 검찰이 문건 내용의 신빙성을 가릴 마지막 점검 사항인 ‘비밀회동 스폰서(후원자)’ 유무를 조사하고 있다.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으로부터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자신이 비밀회동에서 스폰서처럼 식사비 등을 지원했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진위를 확인 중인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박 경정의 상급자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검찰에서 박 경정과 비슷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전날 박 전 청장의 자택과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면서 이 진술을 입증할 만한 단서가 있는지 찾고 있다. 박 전 청장의 신용카드 결제내역이나 개인 메모 등이 분석 대상이다.
청와대 문건은 비선실세 의혹의 핵심인물인 정윤회씨가 작년 10월부터 매월 2차례씩 청와대 비서진과 서울 강남의 중식당에서 은밀히 만나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등을 논의했다는 게 골자다.
박 경정은 검찰 조사에서 박 전 청장이 이 내용을 자신에게 얘기해 준 인물이라고 말했다.
또 박 전 청장이 비밀회동 참석자인 김춘식 전 행정관으로부터 이런 정보를 들었고, 비밀회동이 있을 때 자신이 밥을 샀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첩보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김 전 행정관이 출처가 아니었다는 점은 밝혀진 상태다. 김 전 행정관 자신은 물론, 제보자인 박 전 청장마저도 김 전 행정관이 출처가 아니라고 부인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전날 의혹의 당사자인 정윤회씨에 대한 소환조사에서도 비밀회동설의 신빙성을 뒷받침할만한 단서는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정씨와 청와대 비서진 등 사건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및 위치정보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밀회동이 열렸다는 점을 입증할 만한 물증을 찾지 못했다. 검찰이 문건 내용을 사실무근으로 가닥잡고 있는 이유다.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확인 대상은 박 경정의 진술에서 나온 비밀회동 스폰서설이다.
박 전 청장이 시중에서 떠돈 얘기를 전한 게 아니라 비밀회동의 식대를 계산했을 정도로 모임에 깊게 관여했기 때문에 비밀회동설을 신뢰했다는 박 경정의 주장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지난 9일 대질조사에서도 두 사람의 진술은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정은 “박 전 청장이 밥을 샀다고 했다”고 주장하고, 박 전 청장은 “그렇게 말한 적 없다”며 부인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전날 박 전 청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것은 박 전 청장에게 문건 내용을 알려준 제3의 인물을 추적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이처럼 박 경정과 박 전 청장의 엇갈린 진술 중 어느 쪽이 옳은지를 판단하려는 게 더 우선적이다.
검찰은 문건 속 비밀회동이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박 전 청장이 모임의 스폰서였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 조사는 문건의 신빙성이 낮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전에 문건 내용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
이뿐 아니라 문건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상부에 보고한 조응천 전 비서관의 판단이 감찰 정보를 다루는 고위 공직자로서 과연 적정했는지를 따져볼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으로부터 “제보자(박 전 청장)에 따르면 김 행정관이 비밀회동설의 출처이고 제보자는 이 모임의 스폰서이기도 하다”는 식의 얘기를 듣고, 문건 내용을 상부에 보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 전 비서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건의 신빙성은 60% 이상”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문건을 신뢰했던 근거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면, 상부에 보고하기 전에 정보 출처나 제보자의 ‘순도(純度)’ 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책임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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