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문건 마지막 퍼즐 ‘비밀회동 스폰서’ 진위 조사

靑문건 마지막 퍼즐 ‘비밀회동 스폰서’ 진위 조사

입력 2014-12-11 00:00
수정 2014-12-11 09:2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조응천·박관천, 스폰서로 박동열 전 청장 지목…검찰, 문건 신빙성 최종 점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의 실체를 수사 중인 검찰이 문건 내용의 신빙성을 가릴 마지막 점검 사항인 ‘비밀회동 스폰서(후원자)’ 유무를 조사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으로부터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자신이 비밀회동에서 스폰서처럼 식사비 등을 지원했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진위를 확인 중인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박 경정의 상급자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도 검찰에서 박 경정과 비슷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전날 박 전 청장의 자택과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면서 이 진술을 입증할 만한 단서가 있는지 찾고 있다. 박 전 청장의 신용카드 결제내역이나 개인 메모 등이 분석 대상이다.

청와대 문건은 비선실세 의혹의 핵심인물인 정윤회씨가 작년 10월부터 매월 2차례씩 청와대 비서진과 서울 강남의 중식당에서 은밀히 만나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등을 논의했다는 게 골자다.

박 경정은 검찰 조사에서 박 전 청장이 이 내용을 자신에게 얘기해 준 인물이라고 말했다.

또 박 전 청장이 비밀회동 참석자인 김춘식 전 행정관으로부터 이런 정보를 들었고, 비밀회동이 있을 때 자신이 밥을 샀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첩보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김 전 행정관이 출처가 아니었다는 점은 밝혀진 상태다. 김 전 행정관 자신은 물론, 제보자인 박 전 청장마저도 김 전 행정관이 출처가 아니라고 부인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전날 의혹의 당사자인 정윤회씨에 대한 소환조사에서도 비밀회동설의 신빙성을 뒷받침할만한 단서는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정씨와 청와대 비서진 등 사건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및 위치정보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밀회동이 열렸다는 점을 입증할 만한 물증을 찾지 못했다. 검찰이 문건 내용을 사실무근으로 가닥잡고 있는 이유다.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확인 대상은 박 경정의 진술에서 나온 비밀회동 스폰서설이다.

박 전 청장이 시중에서 떠돈 얘기를 전한 게 아니라 비밀회동의 식대를 계산했을 정도로 모임에 깊게 관여했기 때문에 비밀회동설을 신뢰했다는 박 경정의 주장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지난 9일 대질조사에서도 두 사람의 진술은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정은 “박 전 청장이 밥을 샀다고 했다”고 주장하고, 박 전 청장은 “그렇게 말한 적 없다”며 부인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전날 박 전 청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것은 박 전 청장에게 문건 내용을 알려준 제3의 인물을 추적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이처럼 박 경정과 박 전 청장의 엇갈린 진술 중 어느 쪽이 옳은지를 판단하려는 게 더 우선적이다.

검찰은 문건 속 비밀회동이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박 전 청장이 모임의 스폰서였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 조사는 문건의 신빙성이 낮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전에 문건 내용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

이뿐 아니라 문건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상부에 보고한 조응천 전 비서관의 판단이 감찰 정보를 다루는 고위 공직자로서 과연 적정했는지를 따져볼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으로부터 “제보자(박 전 청장)에 따르면 김 행정관이 비밀회동설의 출처이고 제보자는 이 모임의 스폰서이기도 하다”는 식의 얘기를 듣고, 문건 내용을 상부에 보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 전 비서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건의 신빙성은 60% 이상”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문건을 신뢰했던 근거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면, 상부에 보고하기 전에 정보 출처나 제보자의 ‘순도(純度)’ 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책임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