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한글 편지 16점 전문 첫 공개

정조 한글 편지 16점 전문 첫 공개

입력 2014-11-20 00:00
수정 2014-11-20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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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손 시절~재위 22년 편지 모아… 연령대 따른 필체 변화 한눈에

정조가 쓴 한글편지첩 전문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정조의 한글 필체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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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가 원손 시절인 5~8세 무렵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 ‘오래 편지를 못하여 섭섭했는데 그저께 편지를 보니 든든하고 반갑사오며’의 뜻으로 해석된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정조가 원손 시절인 5~8세 무렵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 ‘오래 편지를 못하여 섭섭했는데 그저께 편지를 보니 든든하고 반갑사오며’의 뜻으로 해석된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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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손 책봉 이후 9세 때 보낸 편지로, 글씨체가 눈에 띄게 반듯해졌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세손 책봉 이후 9세 때 보낸 편지로, 글씨체가 눈에 띄게 반듯해졌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국립한글박물관은 19일 정조가 원손 시절부터 세손을 거쳐 재위 22년까지 직접 썼던 한글 편지 등을 모은 ‘정조어필 한글편지첩’에 실린 16점을 모두 공개했다. 그동안 한글편지첩 전체 16점 가운데 3점의 편지만 알려졌으며, 전체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점은 한글 편지 14점과 한문 편지 2점이다. 수신인에 따라 한문 편지는 남성, 한글 편지는 여성에게 쓰여졌다.

5세에서 8세 사이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 3점은 수신인은 명기돼 있지 않지만 큰외숙모 여흥 민씨(혜경궁 홍씨의 큰오빠 홍낙인의 처)에게 보낸 편지로 보인다. ‘문안 아뢰고 기후 무사하신지 문안을 알고자 합니다’로 시작되는 첫 편지의 글씨체는 삐뚤빼뚤하지만 내용은 의젓하다. 발신자 표기도 ‘질’(조카)에서 ‘원손’으로 바뀌고, 글씨체는 점점 모양새를 갖춰 간다. ‘섭섭’, ‘든든’처럼 음이 중첩되는 단어를 ‘~’ 기호로 흘려 쓴 것에는 어린이다운 기지가 엿보인다. 이후 1759년 2월 세손 책봉 이후인 9세에 쓴 문안 편지는 자신을 ‘세손’으로 적고 글씨체도 매우 반듯하다. 또 21세에 쓴 편지부터는 날짜와 수신인을 분명히 명기했다. 또한 자신만의 글씨체도 확립한 것으로 보인다.

박물관 고은숙 학예연구사는 “연령대에 따른 정조의 한글 필치 변화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선후기 왕실 편지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어 18세기 국어사 연구에서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더불어 한글 필사본 자료로서 정조의 비인 효의왕후 김씨가 쓴 ‘곤전어필’(坤殿御筆), ‘김씨부인 한글상언’도 함께 공개됐다. ‘곤전어필’은 조카 김종선에게 ‘만석군전’ 등을 한글로 번역하게 한 다음 자신이 직접 한글로 옮겨 쓴 소설이다. 또 ‘김씨부인 한글상언’은 서포 김만중의 딸이자 신임옥사 때 죽은 이이명의 처 김씨 부인이 손자와 시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영조에게 올린 140자에 걸친 한글 탄원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2014-11-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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