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환풍구 참사] 환풍구 지침에 안전기준 전무… 도심 설치 실태도 ‘깜깜이’

[판교 환풍구 참사] 환풍구 지침에 안전기준 전무… 도심 설치 실태도 ‘깜깜이’

입력 2014-10-20 00:00
수정 2014-10-2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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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에도 지하로 통하는 환풍구가 여러 차례 무너지면서 크고 작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지만 환풍구의 설치 기준이나 안전 점검은 아예 없었다. 또 지역에 도대체 몇 개의 환풍구가 있는지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부산의 한 백화점 환풍구에서 고교생 A(17)군이 15m 아래로 추락해 숨졌고 앞서 3월에는 서울 양천의 한 아파트에서 B(19)양이 10m 깊이의 환풍구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환풍구 설치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서 환풍구의 환기량과 환풍 주기 등만 명시하고 있을 뿐 환풍구 덮개의 강도나 두께, 내구성은 물론 주변 위험 경고표시, 안전펜스 설치 등의 기준은 마련하지 않았다.

2006년에 만든 ‘공동구 설치 및 관리지침’에는 지질, 발열, 습도, 풍속, 소음 등에 관해선 꼼꼼하게 규정해 놓고도 정작 안전설치 기준은 없었다. 그나마 지하철 환기구는 토목 기준에 의거해 어느 정도 안전 기준이 정해져 있을 뿐이다.

현행 건축법상 1000㎡ 이상인 건축물에는 반드시 환기 설비를 설치해야 하지만 재질, 크기 등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환풍구의 철제 덮개가 여닫는 용도로만 사용되기 때문에 용접 등으로 고정하지 않아 위험하다. 그럼에도 덮개가 단위 면적당 버틸 수 있는 하중 기준은 사실상 시공사 마음대로 정하게 된다.

양기근 원광대 소방행정학부 교수는 “환풍구 설치와 관련된 법은 지하공간의 효율적 환기를 위한 설치 기준에 따르다 보니 안전 기준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도 “다른 나라에서는 환풍구 주변에 조형물을 배치하거나 사람 키보다 높게 환풍구를 만드는 등 위험 요소를 없애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환풍구는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한 소방시설에 속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 산하 소방본부의 안전 점검도 받지 않는다. 환풍구 관리는 지자체 안에서도 도시철도공사, 본청 주택과 등으로 업무가 나뉘어 있고 법규나 조례 어디에도 안전 점검 주체나 평가 기준 등이 정해져 있지 않다.

김유식 한국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당국과 행사를 주관한 단체, 지자체가 안전 평가를 하고 위험 요인에 대한 접근을 막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유사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심에 지하철과 지하상가, 지하주차장 등이 많은 서울시조차도 각종 환풍구가 얼마나 있는지 몰랐고 지난 17일 판교테크노밸리 사고 이후에야 현황 파악에 나섰다. 서울시가 뒤늦게 파악한 결과 서울시에는 지하철 환풍구 2418곳, 전기·가스·수도·통신 등의 공동구 환풍구 252곳, 주차시설 환풍구 110곳 등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건축물 환풍구는 관리 주체가 민간 기업인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집계를 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력이 앞선 서울시가 이 정도니 경기도를 비롯한 다른 시도는 깜깜한 상황이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통풍구 안전사고를 막도록 안전행정부에 전국 현황 및 실태 파악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지자체별 현황 및 관리 실태 파악에 들어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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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4-10-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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