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감청영장 거부…공안사건 수사에 영향 우려

카톡 감청영장 거부…공안사건 수사에 영향 우려

입력 2014-10-14 00:00
수정 2014-10-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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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중범죄’만 감청 가능…사이버 명예훼손은 해당 안돼감청영장 집행 거부시 사법처리 여부 주목

다음카카오가 법원에서 감청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이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수사당국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감청 영장 발부 및 집행은 대부분 간첩이나 공안사건과 관련돼 있다. 가뜩이나 간첩 증거조작 사건 등으로 위축돼 있는 공안사건 수사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실시간 감청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사당국이 대부분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관련 증거를 수집해온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다음카카오에서 시작된 감청 영장 집행 거부가 다른 인터넷 기업으로 확산될 때다.

검찰은 일단 “발언의 진의와 전후 상황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법 집행 거부 사례가 발생할 경우 사법처리라는 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감청 대부분은 국가보안법 사건…명예훼손은 해당 안돼 =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로 제출받은 ‘카카오톡·네이버 등 패킷 감청’ 현황 자료 분석 결과 지난해 전체 인터넷 감청은 총 1천887개 회선에서 이뤄졌다.

이중 95.3%인 1천798건이 국가정보원에서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국정원의 감청은 대부분 간첩 등 국보법 위반 혐의자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카카오톡 등에서 감청 영장 집행을 거부할 경우 공안사건 수사에서 일부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다.

감청 영장은 특정 범죄 혐의와 관련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통신에 대한 일종의 제한조치다. 과거에 발생한 통신자료에 대한 압수수색과는 차이가 있다.

그런 만큼 감청 영장은 법에 의해 그 대상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 대상은 형법상 내란 및 외환, 살인, 체포 및 감금, 약취, 유인, 인신매매 등과 군형법상 반란 및 이적, 항명, 국가보안법 위반, 마약 범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뇌물, 상습강도·절도, 보복범죄 등 일부 ‘중범죄’에 국한돼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듯 사이버 명예훼손 등은 대상이 아니어서 현행법상 감청은 불가능하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국내에서 대형 테러 사건 첩보가 입수됐다면 주요 용의자에 대해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통신내역을 확인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면서 “사건이 발생한 뒤에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통신내역을 확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감청은 그런 차원에서 중요 범죄에 대해서만 엄격히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과거 국정원의 불법 도청 사건 등에서 볼 수 있듯 국가기관이 자의적으로 감청 영장을 무분별하게 신청하고 이에 대해 법원의 통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다.

영장없이 국가기관이 불법 도청을 자행할 경우 문제는 더 커진다.

실제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 산하 비밀 도청 조직인 ‘미림팀’이 수집한 도청 정보가 대통령 주례보고서 내용에 포함됐고 문민정부 핵심 실세에까지 보고된 것은 국가가 불법 수단으로 국민의 인권을 어떻게 침해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 “실시간 감청 불가능”…감청영장 거부 실효성 있나 = 다음카카오가 감청 영장 집행만 거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현재 검찰과 경찰, 국정원의 경우 유선전화 감청 장비는 보유하고 있지만 불법도청 사건 이후 휴대전화 감청 장비는 아예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재도 유선전화 외에 휴대전화 간 통화를 실시간으로 감청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도 마찬가지다.

IT업계 관계자는 “실시간 감청을 하려면 서버에 감청 장비를 연결해야 하는데 다음카카오나 네이버 등 인터넷 기업들은 그런 장비를 보유하지도 그럴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다음카카오는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대해 147건의 감청 영장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다음카카오는 실시간 모니터링이 아니라 영장 발부 이후 특정 시점부터 일정 기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 사실상 실시간 감청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과 효과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진 않았던 셈이다.

다만 이 경우는 감청영장으로 감청이 아닌 사실상 압수수색을 한 것이 돼 위법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감청 영장이 압수수색 영장보다 사생활 및 개인비밀 침해여지가 훨씬 크다”면서 “감청 영장을 갖고 압수수색 집행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와 감청 영장으로는 감청만 할 수 있지 압수수색을 하면 위법하다는 견해가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7일부터 감청 영장의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고 향후에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면서도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서는 계속 집행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검찰이 특정 피의자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대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요청할 경우 거절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다음카카오가 대화 내용의 서버 보관 기간을 2∼3일로 줄인 만큼 영장 신청 및 발부에 따른 절차를 감안하면 사실상 압수수색 영장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장 불응’ 다음카카오 처벌 가능성은 = 다음카카오가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 집행을 거부할 경우 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동안 다음카카오와 협조 관계를 형성한 검찰이 얼마나 사법처리 의지를 보일지는 또 다른 변수다.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방해해 처벌받은 대표적 사례는 한화그룹 용역 경비업체 직원들이다.

검찰은 지난 2010년 9월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수사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 등)로 경비업체 직원 7명을 재판에 넘겼다.

작년 9월 대법원은 이들 중 2명에게 각각 징역 8월과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른 2명에게도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법원은 “영장 제도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영장 집행을 가로막았지만 기소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검찰은 2009년 4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를 보도한 PD수첩의 촬영 원본을 확보하기 위해 MBC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두 차례 시도했으나 노조원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당시 검찰은 물리적 충돌에 따른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고 철수했다. 영장 집행을 방해한 노조원들을 기소하지도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처벌하려면 공무원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한다”며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벼운 몸싸움 정도라면 검찰이 기소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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