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노동자가 본 후쿠시마 “100% 안전 불가능”

일본 원전 노동자가 본 후쿠시마 “100% 안전 불가능”

입력 2014-09-23 00:00
수정 2014-09-2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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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도 인간이 만든 물건인 이상 100% 안전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니이즈마 히데아키(32)씨는 “원전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되돌릴 수 없다”며 “폐기물 처리, 주민 안전 등을 위한 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3년 6개월이 지났지만, 방사능 유출에 대한 한일 양국 국민의 우려는 여전하다.

그러나 지금껏 우리 국민이 접한 후쿠시마는 TV나 신문 등 미디어에 비친 모습이 사실상 전부였다. 사고 직전까지 실제로 원전에서 근무했던 니이즈마씨를 만나 당사자가 바라본 후쿠시마의 모습을 들었다.

그는 23일 서강대에서 ‘포스트 후쿠시마, 한일 핵발전 노동자의 삶’을 주제로 열리는 워크숍에 참석하고자 피폭 노동자를 다루는 보도 사진작가 히구치 겐지씨 등과 함께 지난 21일 방한했다.

원전에서 가까운 후쿠시마현 나라하마치 출신인 니이즈마씨는 도쿄전력 하청업체 소속으로 디젤 발전기나 밸브를 점검하는 일을 했다. 원전 사고 후에는 회사를 떠나 한 기업의 노동조합 전임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니이즈마씨는 “사고 전까지 안전 문제는 관심 밖의 영역이었다”며 “태어났을 때 이미 발전소가 있었기에 원전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고, 여기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원전 사고가 터진 2011년 3월 11일. 그는 외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지진으로 무너진 도로를 피해 3시간에 걸쳐 집에 돌아왔다. 여진의 공포에 집을 떠나 멀리 떨어진 친척 집에 도착해서야 원전이 폭발했다는 사실을 뉴스로 접했다.

그는 “사고 당시에는 도망가기 바빴기에 상황이 잘 기억 나지 않는다”며 “원전으로부터 불과 20㎞ 떨어진 집은 여전히 주거 금지 구역으로 묶여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이후 비로소 ‘원전은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일본 정부는 여전히 방사능 오염 수치가 낮은 지역만 공개하고, 높은 위험 지역은 제대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니이즈마씨는 현재 후쿠시마를 찾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입 제한 구역인 원전 반경 15㎞ 인근까지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주로 도쿄 등지에서 사고 현장을 눈으로 체험해 보고픈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안내를 하다 보면 사고 지점 근처까지 갈 수밖에 없는데, 한 때 일했던 곳이어서 그런지 두려움은 없다”는 그의 말에는 사고 후에도 여전히 후쿠시마에서 생활을 이어나가야 하는 지역 주민의 현실이 묻어났다.

”한국분들도 후쿠시마 사고를 교훈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완벽에 가까운 안전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면 원전을 가동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한번 사고가 나면 지금껏 이룬 모든 게 사라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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