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두목 등 61명 일망타진
지난해 숨진 조직폭력의 대부 김태촌이 이끌었던 범서방파가 사실상 와해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각종 유치권 분쟁 현장에 개입하고 유흥업소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금품 갈취를 일삼은 혐의 등으로 범서방파 서열 2위인 부두목 김모(47)씨 등 간부 8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김태촌의 범서방파는 1970~1980년대 조양은의 ‘양은이파’, 이동재의 ‘OB파’와 함께 국내 3대 폭력조직으로 불렸다. 김태촌은 1986년 인천 뉴송도호텔 나이트클럽 사장을 난자한 사건으로 징역 5년에 보호감호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1992년에는 범서방파 결성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김태촌은 옥중에서도 은밀하게 조직을 관리하는 등 ‘복귀 이후’를 도모했다. 교도관들을 관리하는가 하면 배우 권상우씨 협박 등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후계자이자 두목인 김모(48)씨 등 현장의 부하들을 통해 함평식구파 31명을 영입하는 등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이들은 경쟁 조직과 ‘전쟁’(집단 패싸움)을 도모하기도 했다. 2009년 조직 간부가 칠성파 간부와 투자 문제로 시비가 붙은 것을 빌미로 또 다른 호남 출신 조직 충장오비파 등을 동원해 같은 해 11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복판에서 회칼과 야구방망이로 무장한 채 전쟁을 벌이려다 경찰 출동으로 실패했다.
김태촌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이후 범서방파의 주먹 세계 위상은 예전 같지 않았지만 부동산 투자나 대부업 등 합법을 가장한 사업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세력을 유지해 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실제 수사기관에서 관리해 온 범서방파 조직원은 1980년 활동했던 ‘범서방파 1세대’ 1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경찰은 옛 조직원에게 입수한 후계 계보도 등을 바탕으로 신규 조직원 79명을 새롭게 파악했고, 올 들어 61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달아난 두목 김씨 등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4-09-22 6면